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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읽는 일상적 독서
  • 데미안 (무선)
  • 헤르만 헤세
  • 7,200원 (10%400)
  • 2013-01-01
  • : 16,327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으라는 사람들의 말을 따라 읽은 적이 있다. 그땐 추천한 사람들이 그 나이에 읽고 깨닫길 바랐던 어떤 의미를 발견하진 못했다. 다만 가슴은 좀 뛰었던 것 같다. 데미안은 곧 내 안에서 사라졌고, 난 그저 살기에 바빴다. 

나이를 들어 보니 성장기 때가 아니어도 사람에겐 알을 깨야 하는 시기가 또 찾아온다. 내 세상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 때가 인생에 한 번은 아니었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찾듯 내게도 데미안이 필요했다. 짧은 소설이지만 온통 시적인 은유로 덮인 문장을 곱씹다 보면 하루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도 이렇게 읽었을까? 

그땐 내 안의 분열과 고민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내 곁을 스쳐 가는 세상의 흐름에도 민감하지 못했다. 세상의 흐름과 내 안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아서 부대끼는 불안에 치열하게 맞서지도 못했다. 싱클레어처럼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맞섰다면 나는 나만의 색을 찾은 예술가가 되었을까?

예술가가 단지 그림이나 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예민한 능력자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줄 아는 나만의 예술이 필요했다. 그 방법을 찾아나가는 길에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조금 더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10대의 질풍노도를, 20대의 사랑의 열병을, 30대의 세상의 도전을, 40대의 삶의 풍파를, 50대의 세상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읽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은 늘 날 가두는 세상을 깨뜨려야 살아남는 도전의 연속 같다. 

헤세는 나중에 자신의 글을 통해 ,그의 삶에는 데미안이 아닌 피스토리우스만 있었을 뿐이지만, 그를 통해 데미안을 만들어 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데미안 같은 고전들을 피스토리우스처럼 다시 통과하며,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세상은 여전히 깨뜨리기엔 견고하고, 새롭게 세우기엔 연약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깨뜨린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P110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P7
이제 무엇이 올까? 나는 다시 싸움을 계속하고, 그리움을 견디고, 꿈을 꾸고, 혼자일 것이다. - P189
헤세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이런 구절을 읽을 수 있다. "삶에서 내게 데미안은 없었고 피스토리우스만 있었어. 다만 나는 그것으로 데미안을 만들어냈지."-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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