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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읽는 일상적 독서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Outside the Wire, 2021, 미국, NETFLIX)



"감정이 인간의 결함이라고 생각해?"

극 중 리오 대위가 하프 중위에게 묻는 말이다. 허를 찌르는 질문. 새로웠다. 하프 중위는 인간이 감정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38명을 구하기 위해 2명을 희생하는 판단을 내리고도 별로 자책하지 않는다. 감정을 배제한 냉철한 판단이 옳았다고 믿는 인물이다. 나도 감정에 흔들려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마다 감정 빼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마치 로봇처럼 말이다. 하지만 곧 이은 리오 대위에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감정이 부족해서 실수를 하는 거야."

감정은 결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기에, 충분히 느끼지 못했기에 인간은 후회할 결정을 내린다. 감정을 인간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이유도, 감정이 인간다움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 인간은 감정을 결함으로 여기고 배제하도록 훈련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완전해지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었다. 


영화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닌 AI 로봇과 실수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는 인간을 대비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진다. 

감정 없이 계산만으로 내린 결정이 과연 옳은가? 대의를 위한 소의 희생이 합리적인가? 영화에 나오는 부차적 피해를 어쩔 수 없다 여기며 외면하지 않았나? 38명을 살리기 위해 2명을 희생하는 판단이 수억을 살리기 위해 수백만을 희생하는 판단과 다르냐는 질문 앞에 순간 멈칫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깨달음. 우리는 감정 없이 계산으로 이끌어낸 합리적 판단이 옳다고 여기는 속임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리오 대위가 보여주는 모습은 내가 믿고 좋다고 여기는 합리적 결정의 위험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반면 실상을 모르고 오만한 데다 정작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 나약한 하프 중위는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인간이기에 나아가야 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냥 재미로 보기에도 괜찮은 영화였지만, 전하는 메시지가 신선해서 계속 마음에 남는다. 로봇 시대가 던지는 윤리적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니까 그냥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는데, 이러다가 시대가 펼친 장막에 눈이 가리워 인간다움을 놓친 노예 상태로 살 지 모른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역사의 큰 흐름을 거슬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인간답게 조금은 나아가려고, 감정이 좀 더 나은 인격으로 성장하도록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떠오르는 책*

   : 아들 녀석이 이 책을 읽으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류의 기술은 인간 윤리를 벗어난 발전이어선 안 된다고. 

     모든 것이 완벽한 멋진 신세계가 인간다움을 대가로 

     얻어지는 거라면, 그걸 생존이라 여길 수 있을까?

 

     이 책은 영화와 다른 결의 이야기이지만, 

     기술과 윤리라는 화두가 떠올라서 연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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