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예배에 다녀오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새벽 기도가 내 가족과 지인 들의 평안을 구하는 데 그친다면 옛날 어머니들이 정화수 떠 놓고 드리던 기도랑 뭐가 다를까?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하고 있지? 문득 들이닥친 질문에 난 답을 하지 못했고, 내 기도는 길을 잃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 사명, 무수히 들은 말들은 내면의 바깥에서 맴돌기만 할 뿐 내 기도에 간절함을 더하지 못했다. 그저 이론으로 익힌 피상적인 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모든 대의는 내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기도가 부끄러워지고 신앙도 기쁨을 잃었다. 난 회의의 늪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믿어야 하지?
이 책은 서문에서 은혜와 복음의 목적을 이야기한다. 나의 피상성에 방향을 짚어주는 이정표를 발견한 기분. 아, 이거다. 싶은 마음이었다. 내용도 역시 그랬다. 내 믿음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만을 믿는 믿음. 복음은 그렇게 살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소식이었다. 처방전과 처방 약으로 비유한 복음과 율법의 차이는 내가 어디에 얽매여 살아 왔는지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성화가 영향력이 아니라 복음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은 방향 없이 떠돌던 신앙에 길을 내주었다. 순종이 어려운 율법을 지킴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씀도 뻔하지 않았다. 어떻게 복음이 몸을 통해 순종으로 이어지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정말 비어 있는 믿음에 살을 채워주는 말씀이었다. 공부할 때 기초가 부족하면 응용이 안 된다. 기초를 다시 잡아줘야 응용문제도 풀 수 있다. <복음 수업>의 설명은 믿음을 삶에 응용할 줄 모르는 신앙의 어린아이에게 기초를 다져주는 복음이었다. 믿음의 공백이 말씀으로 채워지면서 단단해지는 은혜가 넘친다.
믿음은 한번 들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음을 반복해서 들어야 구원 받는 생명으로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말씀도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 들은 복음이라고 난 그동안 복음을 반복해서 듣는 일을 소홀히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복음을 제대로 반복해서 듣는 일이 믿음을 견고하게 세우는 일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복음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믿으면서 내 안의 육신은 죄의 자기 중심성을 드러내며 믿음을 반석 위가 아닌 모래 위로 옮겨 놓고 있었다.
이제 새벽에 나서는 길이 믿음의 고백으로 채워지고 있다. 복음을 묵상하는 하루에 성령님의 동행을 구하며 산다. 여전히 나약하지만, 날마다 복음을 들음으로 주님을 향한 믿음의 발걸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길 구한다. 그리하여 자기 중심성을 넘어서 구주이자 주님께 순종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로마서의 복음이 얼마나 귀한 말씀인지 깨닫게 해준 <복음 수업>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책을 읽고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하고 있다. 피상적인 복음이 아닌 제대로 아는 복음이 얼마나 믿음에 풍성함과 기쁨을 주는지 그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