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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좋은 기억을 남기는 발걸음
  •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8,100원 (10%450)
  • 2004-05-15
  • : 79,07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늘 가롯 유다의 마음이 궁금했다. 믿고 따랐던 예수를 배반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사단이 그 마음에 팔고자 하는 마음을 불어넣었다는 한 구절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만의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자기가 저지른 일을 후회하는 마음은 그 이후 그를 얼마나 괴롭혔을까,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죽기까지 몰고 간 자책감의 깊이를 헤아려보고 싶었다.  

그저 [인간 실격]이 궁금해 펼쳐 읽기 시작한 소설의 다음 편 이야기는 그 가롯 유다의 이야기였다. 순수를 사랑했던 열정, 돌아봐주지 않는 열정이 애증이 되어 마음을 갉아먹는 소리가 담겨있었다. 아, 그 마음이 이럴 수도 있었겠구나, 납득이 갔다. 유다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던 갈증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팔아넘기는 순간까지의 마음만을 다룬다. 그 이후 그를 좀 먹은 자책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감정의 연장선이 어떤 파국을 향해 치달았을지 유추가 가능할 만큼 여운이 길다. 

이 후의 마음을 곱씹어보니 회개로 돌아서지 못한 자책감이 영혼을 갉아먹어가는 과정이 문득 사과에 벌레가 생기고 점점 먹혀가다 끝내 썩어 문드러지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거스틴이 이야기했던 악의 생성 과정이 그러했던가...

자기 본위로 시작한 사랑이 증오와 분노로 변하고, 이어지는 자책감이 영혼을 파괴한다는 걸, 나는 굳이 확인하고 싶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듣고 나니 어떠냐고? 마음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린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돌아서지 않는 내 영혼의 오만이 날 빤히 쳐다본다. 회한이든, 오만이든 늘 이런 감정의 끝은 수렁이다. 구원을 찾았으나 끝내 구원에 이르지 못한 영혼의 외침이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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