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도 읽었고, <회장님의 글쓰기>도 읽었다. 그런데 또 '글쓰기'책이 나왔다. 이번엔 '글쓰기' 앞에 저자의 이름을 붙였다. 한 사람이 '글쓰기'라는 주제로 3권이나 되는 책에서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늘 다른 사람의 뒤에서 진짜 나를 숨겨야 했던 저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쓴 '글쓰기'는 달랐다. 다른 사람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을 수없이 버려야 하는 글쓰기와, 이제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다가서는 글쓰기는, 먼저 삶이 다르다.
저자의 책은 이론보다는 경험담이다.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살던 삶이 다르고, 회장님의 비서였던 직장인의 삶이 다르고,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기 인생을 시작하는 남편이자 한 인간의 삶이 다르다. 풀어내는 이야기가 달랐고, 생각의 방향이 달랐다. 그 와중에 글은 한결같이 읽기 편하고 구체적이고 재미있었다.
무협지를 보면 진짜 고수는 자기의 내공을 드러내지 않는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어려운 공격을 막아내고, 쉽게 적을 제압한다. 그런 고수구나 싶었다. 글쓰기 책이지만 자기 삶을 찾아가는 삶의 선배로서 하는 조언도 되새길 말이 많았다. 밑줄 그은 말도 많다.
저자는 수많은 글쓰기 책을 읽고 정리했다고 하지만, 그 정리도 자신 안에 소화하고 다시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정말 다른 책들은 읽지 않아도 될 만큼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방법론이 알차게 정리되어 있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이를 먹어가며 경험으로 넘겨 짚고 시도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 책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하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저자가 다음에 글쓰기 책을 또 쓴다 해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볼 것 같다.
책을 쓴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를, 혹은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책을 쓴다. 책 쓰는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의 결과로 책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