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년 정도 유지해오던 016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010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아직도 피처폰을 쓰느냐?"에 대한 질문에
"왜 스마트폰으로 바꿔야하는데?"라며 반문했던 저이지만,
어린이집 엄마들 카톡방 얘기를 듣고 갈아타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아이의 등원을 계기로 더 이상 고립된 섬처럼 지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휴대폰을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워낙에 기계치라 각종 기기들과 친숙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기기에 알게 모르게 종속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여타의 상황들도 더 늘어날 것도 같았고요.
실제로 폰을 바꾸고나서,
좋아진 점도 많았지만, 우려하던 바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예전에, 남편이 저에게 뒷모습만 보인채 휴대폰으로 야구기사를 보고 있으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척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한창 말문이 터져 종알거리는아이의 말에 대꾸는 대충대충. 손으로는
카톡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이 휴대폰을 꺼내서 사용하면
순위에서 밀린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섭섭하고 딱 그 감정만큼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저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느낌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눈을 맞출 시간에, 휴대폰을 매만지는 그 사람의 손동작을 보는 느낌.
이런 저에게 구본권씨의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라는 책은
'만나서 다행이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셀카 본능에서 잊혀질 권리까지, 삶의 격을 높이는 디지털 문법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과장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1. 스스로 드러내는 사람들 - 프라이버시의 종말
2. 우리를 공공재로 만드는 디지털의 방식 - 뉴 빅브라더의 진화
3.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법 - 디지털 리터러시
이렇게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고, 그 안에 다시 세부적인 주제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셀카를 찍어댈까?'
'"좋아요"는 어떻게 우리를 옭아매는가?'
'카카오톡 1에 얽힌 권력관계'
'디지털 네이티브 자녀를 둔 디지털 이주민 부모의 초상'
'IT종사자의 남다른 자녀 교육법, 디지털 페어런팅'
.
.
.
이런 주제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차근차근 생각해볼 주제들이 아닌가 싶네요.
특히 디지털 시대에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주제인 거 같습니다.
디지털 이주민이라 불리는 부모 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자녀들을 키워야하는 상황은 가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저자도 <디지털 시대에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소개하자면
" 디지털 시대에 자녀들은 누구의 눈에도 들키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접속해 거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력을 얻었다. 그만큼 부모는 과거에 비해 무기력해졌다. 디지털 이주민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가르치는 현실의 난감함이다. 이 지점에서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자녀 교육 방법을 크게 두 갈래다. ... 또 다른 길은 부모가 최대한 디지털 문명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고 있는 자녀에게 적합한 새로운 교육 방법과 정보를 학습하고 적용해보는 시도다. 이때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부모가 디지털 기술을 전문가만큼 알아야 비로소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디지털 세상을 제한 없이 만나게 될 자녀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자녀와 디지털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소통과 신뢰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힘과 구조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거대하고 불가항력적 위력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거리를 유지하고 비판적, 반성적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모 자신이 주체적 사용자가 되어 자녀가 만날 환경에 대해서도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찾아가도록 도울 수 있기 대문이다."
저자는 디지털 문명과 디지털 기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꼭 필요함을 얘기합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비단 자녀교육을 떠나, 우리의 현재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