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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님의 서재
  •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 제프 스펙
  • 14,400원 (10%800)
  • 2015-01-05
  • : 223

도심 속 시골로 이사를 고민할 때, 이미 시골에서 살고 있던 분의 질문 하나.

"차는 둘 다 갖고 있지? 둘 다 차를 갖고 있어야 해~"

시골에서 살아가려면 각자 차 한 대씩은 필수라는 말씀.

20~30분에 한 대씩 마을 버스가 오기는 하지만, 차 시간 맞추기도 어렵기로서니와 목적지까지 빙글빙글 둘러 가려면 시간 부자인 사람만 참을 수 있는 법.

아이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이 부담되어 어린이집이 있는 시골로 이사오려는 우리는, 당연히 각자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이사를 결심하기까지 나를 망설이게 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 '차' 때문이다.

운전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걷는다는 행위에서 자유로움과 행복을 느끼는 내가, 과연 차가 없으면 우유 하나 사러가기 힘든 시골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게다가 이제서야 적성에 맞는 운동 종목을 찾았다며, 필라테스를 다니는 내내 좋아했는데,

운전을 해서 운동을 한다는 게 여간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운동을 하는데, 왜 그 입구까지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가?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운전해서 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지만, 나한테는 말이 안되는 상황같았다.

 

그럼에도, '아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이사를 결심.

 

시골 생활 2년차.

공기 좋은 시골에서 몸이 건강해지기는 커녕, 체지방 증가. 근육량 감소. 몸무게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

문을 열자마자 차로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고, 퇴근해서 다시 아이를 데리고 오고. 집에 오면 피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다시 운전을 하여 수업 시간에 맞추어 필라테스 학원에 가는 건 도무지 무리.

저녁 식사 후 다같이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따뜻한 봄과 여름, 그나마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가을철만 잠깐. 한동안 근처에 작은 산이 있다며 좋아했지만, 몇 달 지나니 그것도 시큰둥. 그닥 자연의 정취가 느껴지지 않는 주변 풍경이 심심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철부터는 그저 동굴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마냥 '으~ 춥네'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시골에서는 어둠이 찾아오면 그저 방콕행이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논밭은 그야말로 컴컴한 암흑이다.

 

두 번째 겨울을 시골에서 보내고 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든다.

몸을 쓰며 살아간다는 시골 생활의 통념과는 달리, 농사짓지 않는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차로 왔다갔다거리며 몸을 녹쓰게 만들 뿐이다.

하루 30분 정도씩 씩씩하게 걸으며 좋아했던 나는, 그저 시무룩해진다. 자꾸 우울해진다. 예전처럼 다리에 힘도 별로 없는 거 같다.

'시골 생활은 나와 맞지 않아'라며 되뇌일 뿐이다.

 

이런 나의 눈에 띈 책이 바로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책 제목이 바로 내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관과 닿아있다.

도시계획, 도시기획, 어렵고 복잡한 거 다 털어내고 핵심은 하나다.

 

"그 도시나 지역이 얼마나 걷는 데 적합한가? 살기 좋은 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기능을 발휘하는 힘은, 바로 워커빌리티(보행가능성 혹은 보행친화성)다"

 

옳소.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왜냐면 나란 인간이 살고 싶은 도시가 바로 걷기 좋은 도시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 왜 워커빌리티인가? 2. 워커빌리티로 가는 10단계. 이렇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인 '왜 워커빌리티인가?'를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거리, 지역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걷고 싶다'라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럼 왜 그런 마음이 드는가?

바로 그 이유를, 세계 각 도시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막. 걷고 싶어 진다.

나에게는, 지금의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싶게 하는 강력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걷는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행위이며.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p.13-워커빌리티를 위한 보편적인 이론은 유용성, 안전성, 편안함, 흥미로움이라는 4가지 필수적인 조건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유용성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들을 가까운 거리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걷기의 생활화를 의미한다. 안전성은 보행자가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편안함은 건물과 거리풍경을 통해 도시의 가로를 `내 집의 일부` 같이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공터에는 이러한 편안함이 없다. 흥미로움은 친숙하면서도 특색있는 건물이 들어서 사람 냄새나는 거리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p.23-교외에 있는 집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노안과 무뎌진 반사신경 때문에 운전하는 것도 힘들다. 이 세대가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걸어서 도서관, 문화센터, 의료시설에 가는 것이다.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편리한 교통망으로 연결해 그들이 공동체로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p.41- 우리는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와 자동차 의존적인 교외를 비교한 통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로, 대중교통 이용자는 자동차 운전자보다 질병관리국에서 권고하는 일일 활동량 30분을 달성할 가능성이 3배 더 높다.
p.44- 애틀란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운전하는 시간이 매일 5분씩 늘어날 때마다 비만이 될 가능성은 3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가용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 방식을 바꾼 운전자들은 평균 2.3킬로그램 정도 몸무게가 줄었다.
p.53- "운동하기 위해 움직이기보다 당신의 생활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 운전하는 대신 걸어서 상점에 가라. 운동을 당신의 생활 속으로 침투시켜라" ... 장소 자체가 우리의 신체적이고 사회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물고기는 헤엄쳐야 하고 새는 날아야 하며 사슴은 뛰어야 하고, 우리는 걸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p.60- 교외에 있는 집에 태양열 난방을 설치한다고 해서 오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집이 있는 교외로 자동차를 몰고 가야 한다면 그 차가 설령 도요타 프리우스일지라도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없다.
p.193- "교통공학자들의 문제는 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무언가를 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모든 장치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훨씬 더 나은 해결책이다" 네덜란드의 도로에 정지 신호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특별한 감각을 기르게 됐다. ...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자동차는 속력을 줄였고, 교통사고도 줄어들었으며, 보행자들의 삶이 개선되었다.
p.244- 싸늘한 보스턴이나 무더운 남동부 도시에서 늘어선 상가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샌디에고에서 날씨가 가장 좋은 날 주차장과 자동차 대리점 사이를 걷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적절한 디자인이 선행되면 어떤 날씨에도 사람들은 걸어 다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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