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피 일가>는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교토의 카페 '로쿠요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누군가는 그곳을 '사람과 사람이 접촉함으로써 또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촉매제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런 곳은 어떤 곳일까. 내가 모르는 그 시절, 낭만의 냄새가 흠뻑 들이 쉬어진다. 책을 읽는데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벨벳 골드 마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즐 맞추듯 재구성되는 이야기. 단순히 커피 얘기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펼칠 때마다 가보지도 않은 '로쿠요샤'에 머물다 온 기분이었다. 칵테일 바에서 잠깐 일했던 게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손님들과 음악 얘기, 사는 얘기를 나눴던 날들이.
개인적으로 카페의 창업자인 미노루의 셋째 아들, 오사무의 얘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나도 락음악에 빠져셔 기타를 배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겨우 1년 배웠지만.오사무는 커피를 하면서 음악을 했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나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서로 다른 두 작업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한다던가 두 작업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발전한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아래에 오사무의 문장들을 첨부한다.
P.129'지하 점을 중심으로 한 오사무의 생활은, 음악에도 새로운 경지를 가져오고 있었다.'
P.134'어디까지나 큰 축은 바꾸지 않지만, 결코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P.140'자신이 있을 자리가 몇 가지 있다는 사실로 음악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P.142'오사무는 일상에서 한숨 돌리는 시간, 말하자면 '생활에 구두점을 찍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에서 서서히 기쁨을 발견했다.
새벽의 집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읽었지만 가장 어울렸던 곳은 아무래도 카페였다. 카페에서 이어폰을 꽂고 재즈를 들으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