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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님의 서재
  • 벽이 만든 세계사
  • 함규진
  • 13,500원 (10%750)
  • 2020-02-20
  • : 104

벽이 만든 세계사는 서울교대 교수이자, 다양한 테마로 세계사를 재해석하여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함규진씨의 신작이다.

이 책을 통해 만리장성과, 베를린 장벽, 휴전선과 같은 익숙한 벽 이외에도,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던 테오도시우스 성벽, 세계 최장의 울타리인 호주 토끼 장벽, 21세기 유럽의 난민 장벽과 같이 그동안 모르고 있던, 특별한 세계사적 의미의 벽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사적 벽의 의미를 전쟁시의 방어 역할과 같이 평면적으로만 다루지 않고, 사회 계급이나 종교, 인종, 생태계까지 입체적으로 풀어가는 흐름도 매끄러웠다.

벽의 재료는 흙, 벽돌, 철망, 쇠기둥, 콘크리트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변해왔고, 하늘 높이 쌓아 올리던 벽이 때로 땅속을 향하는 지하장벽이 되기도 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원래 벽은 하나를 둘로 나누는 구분선과 같고, 두 세력간 힘의 균형을 맞추는 합의점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강한 자가 약자를 손쉽게 다루거나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져 왔고, 강한 자의 논리에 맞도록 불평등하게 그어져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역사적 사건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온 벽이지만, 비행기와 우주선이 하늘을 누비는 지금 생각해보면, 달에서 보이는 하나의 건축물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바쁜 현대인에게 있어 벽이란 무엇일까. 벽을 통해 우리는 관심과 노력의 범위를 좁혀 나와 가족, 직장에만 최선을 다하고, 벽 바깥 세상의 어려움은 나와 상관없다며 자기합리화의 명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21세기의 벽은 매우 작고 치밀하게 짜여진 거미줄과 같이 아파트 단지를 구분하고, 부유층과 빈민층의 거주지를 구분하면서, 안전해 보이는 곳은 더 밝고, 안전하게, 그에 반해 위험한 곳은 더 위험하고 어둡게 한다. 그리고 그 어둠은 이 벽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아닐까.

이제는 GPS와 구글맵을 통해 이 책에 등장한 벽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지도책으로 접하던 넓디 넓은 세계가 이제는 6인치 모바일 화면 안에 쏙 들어왔고, 동서남북이 고정된 지도 속 작은 내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세계로 확대되어가는 세상이다.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벽은 벽이 아닌 하나의 선일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사이버 세상의 벽, 그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이야기의 흐름을 바탕으로 외삽해 본다면, 인류와 A.I. 로봇을 구분하는 벽이 되지 않을까. A.I. 로봇에게 신과도 같은 우리 인류는 어느 선까지 그들을 완성도 높게 빚어내고, 그리고 우리를 넘어서지는 못할 정도의 높이로 튼튼한 벽을 세우고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존해 가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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