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마다 와인 위스키교실에서 와인 공부를 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수업을 받았다. 화이트 와인인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를 마시며 부드러우면서도 입에 감기는 맛을 즐겼다. 이론 수업보다 시음하는 시간을 즐기다 보니 프랑스 와인 생산지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QR코드로 부르고뉴의 포도밭을 보는 동안 마음은 평화로 차올랐고, 많은 부르고뉴 포도밭을 보며 이곳이 와인 생산지로 각광받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 네 명의 저자는 프랑스 와인의 대표성을 띠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지역별 특징을 비교하며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대서양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보르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변덕스러운 날씨로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하여 왔다. 반면, 부르고뉴는 대륙성 기후 영향을 받는 내륙 지역으로, 일교차가 커 단일 품종의 와인을 만든다.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포도품종의 와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부르고뉴에서는 한 포도원에서 하나의 품종을 재배하여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포도원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특징이 존재한다.
부르고뉴는 보르도에 비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어 와인 총생산량에 있어 부르고뉴는 보르도 생산량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니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와인은 찾기 힘들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고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 산지로 명품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을 아우른다. 중세 시대 수도원을 중심으로 경작된 포도밭과 귀족 소유의 포도밭은 프랑스 대혁명을 기점으로 민간에 분배되어 새로운 방식으로 와인 발전을 이어갔다.
포도 재배자인 도멘은 포도를 직접 기르고 와인을 숙성 · 병입하여 시장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포도밭의 세분화에 따라 와인 유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네고시앙은 부르고뉴 와인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네고시앙들은 전통적 방식에 현대적 기술을 접목하여 효율성을 높이며 부르고뉴 와인의 명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르고뉴의 떼루아는 와인을 탄생시키는 토양, 지질, 기후 등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와인 생산 역사와 맞물려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는 다양한 포도 재배 지역을 명확히 정의하고, 지리적 경계를 설정해 각 지방 특성에 맞는 등급 체계를 마련하였다. 끌리마는 포도밭 구획을 넘어 부르고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떼루아를 부르고뉴식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부르고뉴 지역이 떼루아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이유는 서로 다른 기후대 세 가지가 겹치는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에는 해양성 기후, 여름에는 지중해성 기후, 겨울에는 대륙성 기후의 복합적인 변화로 부르고뉴 와인의 품질을 뛰어나게 하며, 와인에 다양성과 정체성을 담는다. 부르고뉴의 대표 품종인 포도는 비탄의 포도라는 별칭을 가진 피노 누아로 꼬뜨 도르 지역의 포도로 최상의 품질인 와인이 탄생한다. 피노 누아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토양 구조와 구성 성분에 따라 품질이 크게 좌우되어 재배와 양조가 까다로워 정성이 요구된다.
부르고뉴 와인의 품질 향상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1935년 AOC 법령을 도입하여 와인 품질 등급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라벨에는 와인의 명칭과 품질 등급와 함께 포도원 이름을 기재하여 소비자와 소통하는 말 없는 판매자로 기능한다. 주브레-샹베르탱은 꼬뜨 드 뉘내 빌라주 AOC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최상급 와인부터 평범한 와인에 이르기까지 띠어난 품질을 보인다니 이곳에서 생산하는 레드와인을 맛보고 싶다.
꼬뜨 도르에서 가장 우수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 중 하나인 뫼르소는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버터, 아몬드, 구운 헤이즐넛 풍미 외에 섬세한 시트러스 과일향, 미네랄이 더해져 풍부하고 화려한 화이트 와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다른 마을보다 오랜 시간 오크통에 숙성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풍미가 난다고 한다. 기후 조건이 뛰어나고 우수한 토질을 보유한 슈발리에 몽라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샤르도네 포도로 만드는 고급 화이트 와인 산지이다. 풍부한 과일향과 산미, 오크 향이 조화를 이루는 진한 풍미에 미네랄이 더해져 최고의 맛을 뽐낸다니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고 싶다.
생산자가 와인의 스타일과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르고뉴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시호에 따라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선택하는데, 재배하기 매우 까다로운 피노 누아 품종이라 수확량이 적은데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워 가격이 높다. 시각과 후각, 미각을 활용해 시음하는 와인은 ‘지각→분석→해석→표현→선호’ 5단계 과정을 거친다. 주된 요리에 맞춰 와인을 선택하는데 담백한 한식에에는 화이트 와인이 더 어울리고, 해물 정류에는 샤르도네가 무난하단다.
매년 1월 부르고뉴에서는 포도 재배자들의 축제가 열리는데, 1월 마지막 주말에는 포도 재배농의 수호신인 쌩-뱅상을 기리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부르고뉴 와인 박람회, 매년 5월 마꼬네 지역에서 열리는 전통 행사인 마꽁 박람회에서는 만 종류의 시음 샘플을 볼 수 있다니 통 큰 행사로 보인다. 11월 첫째 주말 오세르 포도 재배 회관에서 열리는 오세루아 그랑 뱅 축제는 부르고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부르고뉴 와인 학교에서 시행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부르고뉴 와인에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