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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님의 서재

   살다 보면 인생의 본질을 외면한 채 겉치레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반문할 때가 있다. 값진 내용보다는 형식에 편중되어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마음은 가지 않지만 조직의 원만한 운영을 위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능을 중시하며 살아온 시간이 회한으로 남는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미라 싫어도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고는 후회할 때가 왕왕 있었다. 타인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이해와 아량으로 넘기다 이제부터는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연고주의와 유교 중심의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폐쇄적 구조는 나이와 성별에 따른 기능과 역할을 중시한다. 결혼한 배우자에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시가에 의무를 강요하다 이혼 당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효자도 결혼하면 효자 흉내를 내는 남편 때문에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기 힘들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셀프 효도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하다. 상대의 마음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하는 이들은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함께 사는 이에게 고통을 전가한다.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가 성격 차이로 갈라선다는 말 이면에 감춰진 비밀은 우리라는 대명사가 빠져 있음을 드러낸다.


   너와 나 사이에 진정한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은 일인칭인 나를 쓰기보다는 3인칭인 우리를 많이 사용한다. 고마움을 바탕으로 한 우리는 과거ㆍ현재ㆍ미래에도 함께하는 뜻을 더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우리라는 소속감을 안고 서로를 배려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가운데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발산할 때, 진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실존적 외상을 입었더라도 의미 있는 타인과 긍정적인 경험을 누적할수록, 내 삶의 부정적인 요소는 줄어들어 회복탄력성을 더한다.


    나와 결이 같은 사람들만 만나 살 수 있으면 별 무리가 없을 수 있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결이 달라 정신의 공명이 이뤄지지 않는 사람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자식이 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며 효에 대한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 역시 20대에 혼자 된 어머니가 오누이를 다른 데 보내지 않고 키워준 은혜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제 여든인 어머니가 점점 노쇠하여 지팡이 없이는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 안쓰러워 연민의 감정을 앞세웠던 적이 많았는데 자신을 옭아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인간관계의 주고받음이 균형을 잃으면 어느 순간 주는 쪽부터 지치게 된다. 직장에서 소모임을 하는 경우 입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땡전 한 푼 안 쓰면서 남이 사는 모임에는 꼭 참석하여 음식을 먹고는 이내 자리를 뜬다. 고마움을 모르고 은혜를 입고도 베풀 줄 모르는 사람과는 더 이상 인연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봐주고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주고받음의 균형은 잡혀야 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감정노동자로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때가 많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상식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이 없는 자아 비동조적인 태도를 지닌다. 사람 뜯어 고쳐 쓰는 것 아니지 않느냐는 민원인의 말을 듣고 생각한다. 타인을 뜯어 고쳐 쓰지 못하면 자신을 고쳐 쓰면 될 것을 대부분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 대로 생각하며 지낸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인식의 틀인 세계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당당히 드러내 타인과 세상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을 지지하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서사를 쓰기 위하여 나의 삶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명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양가감정을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조정하려 든다면 과감하게 관계를 끊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며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에 집중하여 성취의 기쁨을 더할 필요가 있다. 주변인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진짜 관계에 집중할 때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공명하는 시간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잘해줘도당신곁에남지않는다#전미경#가제본#진짜관계#서로의성장을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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