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식장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주최국 기자들에게 마지막 질문 기회를 줬으나 질문하겠다고 손 드는 기자들은 없었다. ‘질문하지 않는 한국 기자들’이라는 구절에는 기자는 기록을 위하여 먼저 질문해야 하는데 침묵하는 기자들을 꼬집는 태도와 함께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물음을 던지는 용기와 어떤 발문도 허용하는 현장 분위기 조성 등을 이야기하며 교육 현장의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여러 질문이 오가는 유대인들의 교육 방식과는 달리 학령이 올라갈수록 질문을 닫게 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하였다.
교단에서 학생들과 만나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수업 진행을 구상할 때, 학생들에게 던질 물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물음으로 시작해 물음으로 끝나는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짙었다. 교사 주도의 일방적인 수업의 폐해를 목격하면서 연속되는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수업을 선호하였다.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자꾸 생각하라니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물음에 대한 판단을 거쳐 대답하며 무정형의 자극을 정형의 정보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좋은 질문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물음을 던질 때, 길을 차츰 좁혀 새로운 길을 생각게 하는 질문 형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생각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질문은 새로운 지식을 담아내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며 서로의 눈치를 본다. 교사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한 지경에 놓일 수도 있으므로 아예 책상에 눈을 꽂고는 고개를 들지 않는 학생도 있다. 궁금한 것을 묻기보다는 주어진 대로 받아들여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상황을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확신을 따르는 이들이 있어 물음에 대해 답하기를 외면하는 경우가 생긴다.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진리에 다다르고자 노력했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진리와 도덕을 지향하였음을 극명히 드러냈다. 산모의 출산을 돕는 산파처럼 계속하여 질문해 스스로 진리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산파술로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질문이다. 묻는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는 생각과 행동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다름과 어긋남을 감지하고, 그렇게 된 이유를 찾아 위화감을 푸는 물음에 그 의미가 있다.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과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하여 던지는 질문에는 질문자의 의도가 반영된다. 위키 백과에 올려진 ‘답정너’로 흐르는 질문이 흔한 회의가 열린다. 협의회라고 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담아 정리한 구성원의 답변보다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의 논리를 들어 화자가 정한 말에 청자가 대답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화법인 가짜 질문이 횡행하지 않도록 진짜 질문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사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지향하는 사색적 물음을 바탕으로 한 즐거운 문답이 이뤄지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잘 모르지만 여기까지는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로 의구심을 풀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궤도에 올라 지적 양분을 쌓는 가운데 진짜 질문도 발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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