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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endli님의 서재
  • 글자들의 수프
  • 정상원
  • 13,950원 (10%770)
  • 2024-07-31
  • : 648






쉐프 정상원 작가의 신작 <글자들의 수프>를 읽었다. 그의 전작 <탐식수필>은 '쉐프가 빚어낸 파인 워딩의 세계'라는 추천사처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맛'이란 주제를 가지고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그만의 새로운 세계를 빚어낸 정상원 작가의 '미식 탐험기'였다. 책의 부제 '미식 탐험을 위한 안내서'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는 맛을 창조해내는 쉐프로서, 또 맛을 탐미하는 미식가로서 그동안 쌓아올린 빛나는 체험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맛'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적과도 같은 경험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펜을 들었다. 고백하건대 책에 소개된 탁재형 PD의 예언(?) 처럼 나도 책을 읽은 후 참지 못하고 <르꼬숑>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정상원 작가의 신작 출간 소식이 반가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정상원 셰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베테랑 셰프이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문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기억의 도서관', '셰프의 아뜰리에' 등의 코스요리를 만들어내었고,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마들렌과 홍차를 모티브로 하는 메뉴도 개발하였다. 사실 본 작의 제목인 <글자들의 수프>도 그가 소설가 로맹가리를 오마주하여 만들어낸 요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요리재료인 오렌지와 단호박은 같은 노란색이지만 전혀 다른 맛과 무게감을 가진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를 상징한다.

 


"저자는 셰프로서 미학과 세계관, 인문주의를 관통해내는 최고의 도슨트다" - 변상욱 전 CBS 대기자 -

 


맛에 대해 탐구한 인류의 역사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 속에는 수많은 음식 이야기가 등장한다. <글자들의 수프>는 정상원 작가가 고전들에서 직접 길어올린 작가들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정상원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버무려서 독자들에게 감칠맛 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음식과 미학, 인문학을 집대성한 최고의 도슨트라는 변상욱 전 CBS 대기자의 평가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놀라웠던 건 문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깊이였다. 토박이말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국내외 고전을 탐독한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다. 또한, 이를 토대로 한 문학적 표현들이 에세이에 잘 스며들어 있었다. 나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김승옥 작가가 SF 소설을 썼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면, 소설의 제목은 <50년 후 디 파이 나인(D.π.9) 기자의 어느 날>이고, 자율주행 자동차 귀요미 19가 등장한다.)  정상원 작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리고 작가와 음식과 문학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미칠 설렘과 못 미친 아쉬움은 오롯이 시작한 자의 몫‘이라는 정성원 작가의 말처럼 최고의 도슨트와 함께 맛에 대해 탐미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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