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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작법이나 동화쓰기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과 멀어진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게끔 할 수 있나'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까모' 시리즈의 작가이기도 한 다니엘 페나크는 좀 복잡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모범생으로 산 것 같지는 않다) 현재, 프랑스에서 중등교사로 일하고 있다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의 결론은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라"라는 한 마디로 간추릴 수 있겠는데,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없다거나 별로 읽을만한 게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픽션 뿐만 아니라 논픽션도 분명 창의력이 발휘되는 분야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얼마나 실감나고 재미나게 쓸 수 있느냐, 그건 어디까지나 글을 쓰는 지은이의 역량에 달린 문제.

 다니엘 페나크은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프랑스와 한국 사이에는 분명,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먼 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책을 안 읽는 아이들 문제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인듯. 그러다보니 그의 해법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안 읽는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게 하는 문제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또한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적어도 '책'이라는 괴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말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이 책에서 책이란 무엇인가, 왜 읽어야만 하는가, 어떻게 읽는가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P.S.(또는 사족?) :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도서관 서가에 나란히 줄 맞추어 있는 문지의 자그마한 문고본들 가운데에서 골랐다.

 소싯적에 즐겨 읽던 삼중당 문고를 생각나게 하는 문고본의 책들. 그러나 삼중당 문고보다는 훨씬 세련된 옷을 입고 나란히 서 있는 문지의 문고본들('문지스펙트럼'이라는 세련된 이름까지 갖고 있는..).

 

 이 문고본 가운데 하나를 끝내고 다시 서가 앞에 서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쓱 훑어본다.

 음, 맛있는 냄새 나는 음식을 앞에 놓고 입맛을 다시는 기분이다. 다음엔 무얼 읽어볼까?

 화려한 표지와 근사한 장정으로 외모를 번드르르하게 치장한 책이 많은 세상인데도

 이런 문고본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나를 잡아당긴다.

 (원, '여전히'라니? '여전히' 정도가 아니라 다른 책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훨씬 더 읽고 싶게 만든다. 모든 세상사를 잊고 시름없이 책 속이라는 비현실-또는 아주 '현실'인- 공간에 사정없이 빠져들고 싶게끔 잡아끄는 이 힘이라니....

  역시 삼중당 문고로 대표되는 소싯적 추억이 같이 얽혀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문고본이란 그런 걸까? 그렇기 때문에 별로 안 팔릴 것처럼 보이는 판본을 가지고도 길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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