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늘 곁에 두고 손에서 떼지 않고 지내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의 버릇이니 벌써 몇 십 년째다. 하지만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나는 왜 책을 읽지? 책이 대체 뭐라고? 읽을 책을 주변에 두고 있지 못하면 불안하기까지 한 그저 문자중독에 불과한 건 아닌가.......
그러다가 이런 책을 만난다. 회의가 한 순간에 말끔하게 사라진다. 그래, 바로 이런 책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는 거라고!
모범생과 반장은 알고 보면 문제투성이인 존재고 그 엄마나 아빠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고....... 이런 뻔한 상투적 도식을 반복하는 청소년소설들에 질려있던 참이다. 청소년시기에 고민이라는 게 그렇게 뻔하지는 않은데, 하고 목말라 하던 참이다. 그런데, 찾았다, 이 책!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할 참이다. 오랫동안 문학책을 멀리하고 있는 아들이지만 이 책은 꼭 읽을 것 같다. 10대 후반의 복잡한 정서 중의 한 부분(? 여러부분^^)을 정확하고 예리하게 포착해낸 이 책. 그러니 그 시기를 거치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에 확실히 와 닿을 것이다. 비록 배경은 다르고 따라서 부모님과 갈등 겪는 내용도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길지 않은데도 많은 내용이 밀도 있게 담겨 있어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어슐러 르 귄은 SF소설로 유명한 이다. 그가 이런 멋진 청소년소설도 썼나. 새삼 다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