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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xhfl08님의 서재
  • 고르고 고른 말
  • 홍인혜
  • 14,400원 (10%800)
  • 2021-11-24
  • : 2,072

대학생이었던 어느 날, 언니가 재미있다며 웹툰을 하나 추천해 주었다. <루나파크>라는 제목이었다. 10여년 전이라 내가 웹툰을 즐겨 보던 때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언니가 하는 거면 거의 다 따라하던 나였기에 재밌다는 웹툰도 컴퓨터를 켜서 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안 봤던 것 같고 컴퓨터로 봤던 기억이 있다.

특히 머리에 남은 에피소드는 옷에 관한 것이었다. 20대 여대생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새로운 계절이 오면 왜 이렇게 옷이 없지? 하는 그런 소소하지만 중요 리스트 중에 손에 꼽는 일이다.


나는 한창 그 웹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공감을 하는 나날을 보내며 졸업을 했고 일본에 취업을 해 바다 건너편에 있었다. 그 후로는 연고 없는 외국땅에서 첫 직장을 다니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느라 한국의 재미있는 것들을 잊고 살았었다. 그리고 인연을 만나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고 출산 후 귀국해 돌아와 아이가 재잘재잘 말할 때가 되어 이제 한숨 돌리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 이웃들의 새 글을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로 내리며 눈으로 훑던 중이었다. 그때 젊은 마음이 가득했던 20대를 함께 했던 그 웹툰을 쓴 홍인혜 님(사실 실명을 그제야 알았다)의 책이 나왔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너무 반가웠다. 제목도 어쩜 <고르고 고른 말>이라니...웹툰의 말풍선으로 공감을 건네던 그가 이렇게 멋진 책 한 권을 내게 되었다는 소식이 기뻤다.

책을 받고 목차를 보았다. 내가 일본에서 일하고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하는 동안 홍인혜 님은 시인이 되어 있었다. 사실 웹툰을 볼 때는 카피라이터인지 몰랐다. (어쩌면 잊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목차들이 하나 같이 다 멋졌다.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약간 두렵기도 했다. 나도 말과 글로 먹고 살았는데 내가 다루던 말과 차원이 다른 말들의 향연에 기가 죽기도 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재미있었던 것은 '(각별한 말) 이름난 집'이었다. 나의 집에 이름을 붙여준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회사나 가게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정이 담기고 가장 편안해야 하는 나의 집에 이름을 붙여 준다면 그 사랑은 배가 되지 않을까. 더 애틋하고 가족 구성원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 들 것 같다. 당장은 집에 이름을 지어 줄 수는 없지만 내년에는 집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

모두가 칩거 중인 이 시절, 부쩍 집과 친숙해진 사람이 나 뿐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생각해보라. 당신의 집을 무어라 부르고 싶은지....이름을 붙이는 것은 좋은 시도다. 이름이 붙는 순간 더 특별해지니까. 우리는 스스로 명명한 것을 각별히 사랑하게 되니까.




그리고 또 좋았던 두 이야기가 있다. 내가 엄마라서 그런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리고 저자의 따뜻한 마음도 여기까지 느껴졌다. 어떠한 '말'이라는 문을 열어 들어갔지만 나는 거기에서 내가 아는 루나파크 님의 이야기로 위로 받았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같이 화가 나기도 했다. '말'이라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는 한 권이었다. '사소한 언어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아름다운 파문을 남긴다'라는 본문의 말처럼 나에게도 그 물결이 친 것 같다.

나이를 먹을 수록 말을 조심하게 된다. 말이 나를 갉아 먹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록 우리는 좋은 말을 내뱉으며 몸에 깃들게 해야 하고 자연스레 나오게 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나도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나쁘게 남는 말은 하지 말고 위로가 됐다거나 공감을 받기를 원할 것이다. 게다가 영향력이 있거나 아름다운 말이면 금상첨화다. 내가 만들 수 없으면 좋은 말을 많이 보고 들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제목처럼 고르고 골라서 말해 보자.

#고르고고른말 #홍인혜 #고고말서포터즈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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