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을 가 본 사람 중에 일본에 안 가 본 사람이 있을까? 일본은 가까워서 코로나19 이전에 여행객이 많이 찾아갔고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이라 각 지역의 개성이 두드러져 여러 곳에 가 보는 재미도 있다. 일본 여행 카페만 들어가도 일본 여행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일본 여행은 쇼핑이나 음식이 목적인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일본을 즐기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를 알고 가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진다. 내 경험을 들자면 나는 나가사키에서 4년 정도 거주했었다. 내가 하는 일 중에는 일본인 자원봉사 안내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있었는데 일본인이 한국어로 나가사키를 소개하려면 나가사키의 관광지와 역사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나가사키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친구 놀러 왔을 때도 역사지식을 곁들여 안내해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가사키라는 지역에 더 애정이 생겼고 그 도시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여행사에서 주최하는 관광통역안내사 수업에서도 큐슈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는데 각 도시의 역사를 알고 나니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30개의 도시를 지난다. '역사 덕후'는 아닌 탓에 내가 좋아하거나 익숙한 곳 외에는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두근거렸고 내가 잘 모르는 도시로 여행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살다 온 내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하면 반대할 것 같다. 내가 읽어도 어려운 지명, 인명, 시대 등등 나도 잘 모르는 도시들은 읽기 어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일본을 자주 여행하고 일드도 조금 봤고 특히 대하드라마 같은 역사물의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지금은 현대 건물과 옛것이 혼재해 제각각 멋을 뽐내는 도시들이 어떻게 사람이 모이게 되었는지,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로울 것이다. 나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나 사건들이 나오면 괜히 반갑고 내가 몰랐던 것을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추천을 해보자면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도시의 역사 이야기가 들어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코로나가 끝나면 일본 어디로 여행을 갈 지 <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로 미리 일본 전국으로 사전답사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