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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끄적
  • 기술자들
  • 김려령
  • 13,500원 (10%750)
  • 2024-07-26
  • : 1,371
아마 김려령 작가님의 이름은 생소해도 <완득이>라고 하면 다 아는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님의 신간 소설 「기술자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장편소설인줄 알았지만 7개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었고,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장편소설은 긴 호흡으로 천천히 한 문장씩 공을 들여가며 읽는 맛이 있다면, 단편소설은 짧은 호흡으로 내가 원할 때 어떤 이야기든 쉽게 빠져 들 수 있는 맛이 있는건데 그리 어렵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 풍경의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나의 최애 단편 소설은 「기술자들」 속의 《기술자들》 소설이었다.

제목 그대로 종합설비 기술로 한평생 살아온 최가 가게를 정리하면서 구인용 승합차 한대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이 필요한 곳에 가서 그날의 노동비로 삶을 재정비하려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욕실 누수 문의가 들어와 빌라로 가던 때 조가 다가와 최의 보조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기술자들》 소설은 다른 전체 이야기 중에서 더욱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기도 했고, 내가 늘 부러워하는, 자신만의 능력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노력과 어쩔 수 없이 살아감에 있어 맞닥뜨리는 일의 부침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09 공사는 최가 도맡았다. 아직 조의 실력을 몰랐다. 그러나 조가 화장실 입구에 방진용 비닐 막을 칠 때부터 그가 괜히 덤빈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엇다. 자고로 기초적인 일에 능숙한 사람이 나머지 일도 잘했다. 대형 비닐을 각 잡고 펼쳐 말끔하게 설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조는 혼자서도 잘했다. 장비를 준비하거나 거드는 일도 매끈하게 소화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신속한 보조였다.


전문가가 느끼는 전문가의 '각'
어떤 대화없이 일과 일로 주고 받는 현장에서 대충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본인과 상대 모두 기술자여야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런 면을 이 책에서는 중심 인물로 중년의 기술자들을 정했고 마치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는 배경에서 독특함을 자아낸다.

우연히 합류한 조는 의외로 최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에 조는 두루뭉실하게 대답했지만 서로의 역량을 확인한 뒤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길거리 생활을 잘해나간다.


18 조는 최가 세면대를 교체하면서 테두리에 두른 실리콘을 유심히 봤었다. 좋은 솜씨였다. 단시 설치·수리가 주였던 최가 실리콘 작업은 부차적인 일로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맨손의 노상 기술자에게 부차적인 일이란 없었다. 당장의 일이 곧 본업이었다.


조가 만든 조잡한 전단으로 일이 들어오는 걸 보며 최는 처음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해 희망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동네에 하나씩 있던 가게에 누구나 드나들며 자신의 집 문제를 상의하러 오는 세상은 저물고 이제는 모든 것이 검색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빚만 빚대로 늘어가는 최의 가게는 몰락이 예상되었을 것이다. 최는 처음 가게를 인수받을 때만 해도 동네에 정 붙이고 살면서 연장 든 할아버지로 늙고 싶은 소망(14)을 꿈꿨지만 변하는 시대를 붙잡는 건 그 어느 기술이 있었더라도 어려웠을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일이 자리를 잡고, 집은 아니지만 고정적으로 몸이 누울 수 있는 허름한 여관도 달방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오늘만 같기를 바라는 최의 작고 소박한 행복이 더 진실되게 와닿았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재주로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고 나조차도 늘 원하고 원하는 바다. 거기에 믿고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현장에서 발휘하는 일의 능력은 더욱 높은 단계를 쌓을 것이다.

김려령 작가님이 보여준 기술자들의 세계는 처음에는 어둡고 외로웠지만 점점 환해지며 삶의 희망이 든든해진다. 한 사람을 만나고(조),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황) 불안한 하루만 예측하던 삶이 좀 더 안정적인 삶으로 확장되는 모습에서 우리는 결국 희망을 보니까.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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