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만 보면 학교소설, 청소년 소설의 단순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첫장을 펼치고 그 다음, 또 그다음 장을 읽고나면 어느 새 책 한 권을 다 읽게 될 것이다.
그정도로 흡입력이 짱짱이고 지금의 학생들과 예전의 학생이었던 내가 읽어도 비슷한 결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라떼들은 말한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최근 교사의 죽음과 구타당한 교사들의 기사를 보며 앞으로 우리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다 이 「스터디 위드 X」를 보면 그런 걱정은 더 가중된다. 사회 축소판 학교에서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관계와 상황들. 이곳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나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이자 불안한 곳이기도 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폭력, 왕따, 성적비관은 어김없이 전해지고 거기에 요즘은 카카오톡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에 의한 정신적 가해의 층위가 깊어졌으니 요즘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우리 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심리와 관계를 이 소설에서는 무서운 장치과 엮어 풀어나간다.
그 장치는 때로는 귀신이 되기도 하고, 친구의 반전 모습에 기대는데 생각보다 공포스러운 이야기들로 읽는 동안 몇 번의 섬뜩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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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아, 나는 성공한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사람. 근데 이젠 단순히 공부만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가 아냐. 학벌은 기본이고, 특출한 기술이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건 명예건 일단 유명해져야 따라온다구.
성공하는 방법이 많아진 것만큼 해야 할 일도 다양해진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바라보며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제 책만 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일찌감치 그걸 알아버린 아이들은 건전한 야심이 뭔지도 모른채 오직 성공의 목표만을 향해 걸어간다.
수아는 전교 1등 학생. 스터디 위드 미를 주제로 꾸준히 유튜브를 올리는 학생이다. 소연이는 공부는 못 하지만 수아의 유튜브를 우연히 발견한 뒤로 남몰래 응원하면서 점점 힘이 없고 아픈 수아를 걱정하게 되는데...
더 큰일인 건 수아의 영상에서 보이는 귀신 두 명이 수아를 괴롭히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친구에게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스터디 위드 X」의 첫 단편 소설로 나오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결말에 놀라고 말았다.
응? 헉! 뭔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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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범인을 만들고 싶어 했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범인이 아니라 희생자를 만들어 내는 일이었어. 게임에서 관찰해야 할 대상은 다른 아이들의 손이 아니라 아이들 자체였으니까. 성격이 드센지 소심한지, 이 게임을 재밌게 생각하며 함께 가담할지 아니면 속절없이 말려들지.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 어떻게 그 정도로 영약할 수 있었나 싶어.
이 책에서 내 이마를 가장 찌뿌리게 만든 이야기. 슬프고 또 슬퍼서 하수구 아이를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야기.
소심하고 어리숙한 평범한 아이가, 아니 집안이 어둡고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어떻게 반에서 왕따가 되고 더 나아가 큰 사건의 희생양이 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는 아이와 어른들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라 외면하기 힘들었다.
그저 장난으로 시작한 소문이 사실이 되고,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일이 곧 진실이 되는 작금의 현실을 소름끼치게 마주하게 만든다.
비단 초등학생들이 영악해서 그런 건 아닐거다. 모두 어른들에게 배운, 미디어에서 파생된 복합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머릿 속에 박혔을테고 재미와 장난의 이름 뒤에 숨어 결국 희생양을 찾고야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싹한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내는 힘겨운 아이들 옆엔 친구가 있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 혹은 소극적으로 마음을 내보이는 친구까지.
외롭지만 외로울 수 없도록 옆에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는 건 잠깐의 희망, 쉼이었을 수도.
그래서 「스터디 위드 X」는 무섭지만 슬프고 마음이 아릿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더 묘하게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뜨거운 이 여름, 지금 반드시 읽어봐야 할 우리의 이야기!
학생들에게는 뜨거운 몸에 차가운 이야기로 덮어 열기를 식혀줄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차가운 감정에 뜨거운 이야기를 꺼내게 해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