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박연향님의 서재
서평
박연향  2016/02/08 15:49
  • 스즈키 선생님 5
  • 다케토미 겐지
  • 8,100원 (10%450)
  • 2015-12-31
  • : 36
  스즈키선생님 5~8권은 1~4권보다 섬세한 주제를 다룬다. 각권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5권 청소당번
6권 스즈키재판
7권 다루코 발광하다
8권 학생회장선거

5권의 청소당번편에서 학급가정방문을 계기로 스즈키선생은 잊고있던 사건을 떠올린다. 초년 교사시절 담당학급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마루야마 야스코(이하 야스코)사건을 다룬다. 또래보다 성숙한 내면으로 인해 책임감이 강했던 야스코는 모두가 청소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상황에 처했지만 매일 묵묵히 청소를 실천한다. 선생님을 실망시키지고 싶지 않아서 혹은 도망치려할 때마다 지나친 호의로 청소를 도왔던 친구 요코 때문인지 모른다. 가정과 학교에서 얌전하고 평범해 보이던 야스코의 마음 속은 무르익다 못해 썩을 지경이였다. 어디서든 불평없이 착해야한다는 강박이 결국 야스코를 돌연사에 이르게한다.
야스코의 의문사는 르포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스코의 일기장이 발견되기 전까지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으로 보였다. 작가가 발견한 야스코의 일기는 같은 사건에 대해 스즈키선생과 대조적으로 본질을 꽤뚫어보는 야스코의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당시 스즈키선생이 문제아 지도에 쏟았던 관심은 절대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의 배려와 희생으로 수월했던 것이다. 책에서 언급되듯 문제아학생은 또 그들대로 모범생을 싫어하게 되어 서로가 피해자라고 여기는 상황적 모순이 각자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역시 학창시절에 청소를 열심히 했다. 그래봐야 나만 힘들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고등학교시절에는 청소시간에 자주 도망을 다녔다. 누군가의 밀고(?)로 담임이 체크하는 화단에 물주기를 강제적으로 했다. 예나 지금이나 식물, 동물 기르기는 나에게 맞지 않음을 일찍이 깨닳은 현장학습이였달까. 대학생시절에도 방이 너무 건조해서 허브식물을 키우려다 실패한적이 여러 번이다. 

6권 스즈키 재판에서는 여름축제 때 스즈키선생의 애인이 혼전임신한 사실이 우연히 학생들에게 목격된다. 성급한 학생들은 스즈키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학급재판을 연다. 스즈키선생의 철저한 토론교육으로 단련된 학생들은 혼전임신, 콘돔과 중학생성교육의 상관관계, 스즈키선생의 교사로서 도덕성 등의 여러주제를 토론한다. 과연 그들이 선생의 혼전임신사실을 학급토론에 올릴 자격이 되는지 원론적 문제에 이른다. 스즈키선생은 애인의 임신테스터를 통해 임신사실을 뒤늦게 알게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애인을 학생들을 지도단속해야하는 축제에 데리고 온 부분을 제외하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학창시절에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던 동급생이 생각났다. 수업시간에 일일이 그 학생을 교단으로 불러 왜 체육복을 입고 있는지 남선생들은 그 학생을 반복적으로 추궁할 권리가 있었던 걸까. 단지 학생이기에 임심한채로 등교했기에 여학생의 인권이 무시당하는게 당연했던건가.
스즈키선생이 학생들에게 의견을 개진하며 법률, 풍토, 전통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만혼으로 혼전임신이 혼수로 불리는 사회분위기가 있다. 그럼에도 가까운 친척 혹은 친구에게 조차 갑작스런 결혼소식을 알리는 경우, 당사자는 혼전임신이 아니라고 잡아뗀다. 솔직하게 말하기엔 부끄러운가. 그렇다면 결혼하고 반년즈음 출산축하를 원하는 그들의 상반된 태도는 나에게 적잖이 웃음을 유발시킨다.

7권 다루코 발광하다편은 직업인으로서 교사의 고뇌가 엿보인다. 다루코라는 가정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서서히 정신이 무너져갔고 급기야 학생들과 서로간의 파업전쟁을 벌인다. 게다가 콘돔사용을 권장하는 성교육 담당자였기에 스즈키선생에 대한 배신과 원망의 마음을 품었다. 다루코선생은 히스테릭하게 혼잣말을 하며 독단적으로 수업을 이끌고 학생들은 침묵으로 맞선다. 교사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으면 누구나 붕괴를 겪을 수 있다. 몸이던 정신이던 간에 말이다. 교장선생이 파업을 빗대어 학생들에게 폭력을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직접적인 폭행 뿐만 아니라 욕설로 인한 언어폭력, 왕따를 시키는 심리적인 압박도 인지하지 못하고 행해지는 폭력의 한 형태임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가 언어폭력과 왕따를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데 반해 피해자는 평생 안고가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그에 대한 처벌이나 예방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8권 학생선거편은 결벽증이 심하고 동성애기질이 있는 간다마리(이하 간다)라는 여학생이 중심축이다. 남학생 난조는 단순히 학생회장선거의 승리를 위해 간다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난조가 다른 남학생과 했던 뒷담화를 우연히 엿들은 간다는 난조를 거짓고백자로 치부한다. 스즈키선생은 난조와 간다의 화해를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회선거와 함께 학생들이 학교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특별활동 조차 내신을 위한 점수로 환산되는 우리나라의 학교생활과 차이점을 보여준다. 일본은 취미생활이 지나쳐 오타쿠를 양산하는 측면도 있다. 적어도 제도권 교육에 철저히 길들여져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관심한채 성장할 가능성은 적다. 스스로 사유하는 방법의 부재는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게 만들까.

스즈키선생5~8권은 교사의 직업적 특성과 인간성을 부각하는 사건이 펼쳐진다. 폭력에 대한 작가의 의도적 논의도 돋보인다. 학생회 선거는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지 궁금증을 유도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