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서평단 신청을 이벤트 댓글에 4가지 이유를 들어 신청했습니다.
1. 건축을 전공했고, 2. 그림과 그램책 덕후이고, 3. 만년필 덕후로서 펜드로잉에 평소 관심이 많으며, 4. 책‘ 그 자체로,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책이라 생각되었어요.
이벤트 당첨 소식은 “아, 어린 시절 나를 요리조리 피해갔던, ’보물찾기의 행운‘이 어른이 된 지금 시점에서 여러모로 조금씩 발현되는 건가...” 싶으면서, 인생 총량의 법칙에 괜시리 믿음을 실어 보기도 했습니다. 소풍에서 찾지 못한 보물 쪽지에서 얻었던 큰 실망만큼, 어른이 되어서 간간이 마주하는 이벤트 당첨 소식들은 더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기분 좋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간혹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건축 전공자이니 술~술~읽히지 않겠나요?” 하고 물어보신다면, 영문학과 졸업했다고, 능수능란하게 영어 회화를 모두 다 잘하는 건 아니라는 맥락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건축 관련 용어와 서양 건축사와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미리 백신을 맞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ㅎㅎ
이 책을 쉽게 보는 방법은 처음부터 다~이해하며 보려고 하지 말고, 전반적인 영국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 등을 파악하면서, 원인과 결과 형식으로, ’어떤 역사적 배경으로 그 시대에 그와같은 건축양식이 발현되었다.‘의 맥락을 파악하면서 읽는다면 훨씬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텍스트 파트와 일러스트 파트에서 등장하는 복잡한 건축 용어들은 일러스트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루틴 있으니~그 반복을 따라가다 보면, 책 중후반부에 도착했을 때,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부분이 생기게 될 거예요. 그러니 부담 없이 ’그렇구나~,‘ 하면서 편하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건축 전공자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선으로 그려낸 건축 그림들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장 유럽여행에서 찍어 온 거리의 사진들을 펼쳐 놓고, 드로잉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전공자도 어려웠을 도전을,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선으로 풀어낸 아름다운 결과물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건축에서 쓰는 선과 그림&일러스트에서 쓰는 선이 다른 점이 있는데요. 건축선은 좀 더 수치적 정확도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제한적인 분위기가 있다랄까요? 그런데 이 책에서 마주한 일러스트의 선은 더 자유롭고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건물 속에 혹은 건축과 함께 등장하는 사람이나 부수적인 요소들도, 건축에서는 스케일로만 존재한다면, 이곳 일러스트에서는 인물의 행동과 표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보일 듯 말 듯, 숨겨진 고양이와 와인병 같은 그림들이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 같아 더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조각상들을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들도 너무 귀여웠어요. 이런 표현들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저에게 엄청난 상상력을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점이 있어요. 책을 읽고 나면 공부에 또 공부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더라구요. 책 속의 어느 챕터를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궁금함이 샘물처럼 샘솟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조경 건축가 렙턴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지금 제안서의 형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레드북‘의 아이디어에 “아니, 그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 하며 무릎을 탁! 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77p.의 이야기가 또 이 책의 상징적인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 공유해볼게요.
177p.
최근까지 특징이 없고 유행을 좇는다고 경시되었던 건축물들에 대해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과 건축을 사랑하는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랑받지 못했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건축가들이, 그늘에서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파괴될 운명이었던 성 판크라스 기차역을 1967년에 극적으로 구한 시인 존 베처먼 경을 자신들의 수호자로 삼은 것처럼, 20세기 최고의 건축물은 건축사의 규범 안에서 그 합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며, 수호자로 삼으며, 과거를 존중하려는 현재의 자세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책도 현대를 사는 많은 대중들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수호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밑줄의 일부분을 남겨보며, 좋은 책 출판해주시고, 선물로 보내주신 한스미디어께 감사드립니다.
31p. 중세시대
’강하다‘는 노르만 건축물을 설명할 때 사용하곤 한다. ... 노르만 침략자의 힘을 전파하는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고, 석조 건축물이 일부 그러한 역할을 했다.
48p. 후기 중세시대
일련의 끔찍한 사건들은 예술분야의 해골에 대한 다소 우울한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 백년전생, 흑사병
61p. 튜터 왕조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
의미심장하게도, 슈트는 자신 스스로를 ’화가‘와 ’건축가‘라고 묘사했다. 이는 새로운 전문가의 등장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순간을 의미한다.
Q: 나는 나 스스로를 무엇이라 정의 할 것인가? 남이 정의해준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은가? 창의적인 신개념 용어로 나를 정의해보자. 대신 어딜 가든 그 뜻이 뭔지 항시 설명해야겠지? 송길영님의 ’마인드 마이너‘ _ 처럼....하하
158p. 에드워드 시대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뒤를 돌아봐야 한다. 이것은 건축의 방식이며, 그 완벽한 예가 에드워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