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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dqkr0414님의 서재
  • 언더그라운드
  • 무라카미 하루키
  • 18,000원 (10%1,000)
  • 2010-11-24
  • : 6,154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양억관 역, 문학동네, 2010.11)를 읽기 시작했다. 1995년 일어난 '옴진리교 사린 사건'을 취재한 내용이다. 수십 명의 피해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을 거의 그대로 실으려고 노력했단다. 머리말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세심히 신경 썼는지 엿볼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를 공모가 아니라 직접 찾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 인터뷰이에게 몇 번씩 취지와 의도를 설명하고, 원고를 보내 정정 및 삭제할 기회를 준 것, 피해자들의 개인사에 더 귀를 기울인 것 등. 촉박한 시간과 선정성 등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매스컴 소속 기자라면 엄두를 내기 힘들었을 과업을, 소설가 하루키가 해냈다. 그가 대단한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일상은 깨지고 관계는 어그러졌다. 몸이 아픈 것은 차치하고라도, 트라우마 때문에 그들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 중 다수가 가해자를 증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뭐랄까, 자연재해에 당한 사람의 체념 같은 거랄까. 개개인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불가항력의 재난 앞에서 느낄 법한 무력감 내지는 허탈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건, 사건의 양상과 본질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해 당사자와 2차 피해자(유가족)의 위상 차이 때문일까. 어려운 문제다.

  세월호 문제도 이런 식으로 다루면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 생존자를 중심으로, 유가족들의 변화한 삶과 고통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작업이 될 것이다. 긴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터. 하루키의 인터뷰도 1년 내내 진행됐다고 하니,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만 밝혀진다면야 기한이 얼마가 걸리든 무슨 상관인가. 해야 할 일이다. 나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가 진행하고 있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획은 훌륭하다. 박재동 화백이 희생된 학생들의 얼굴을 그리고 짤막한 사연을 덧붙이는 식이다.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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