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ngelos77님의 서재
  • 사생아
  • 이디스 올리비어
  • 13,050원 (10%720)
  • 2024-12-02
  • : 480




『사생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이라는 주제에 속한 <사생아>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시즌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통해 처음 접하는 책이 많아서 더욱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시즌 8에는 주홍 글자, 뾰족한 전남의 땅, 상하이 폭스트롯, 사생아, 미스 몰 이렇게 다섯 권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 중에서 주홍 글자 한 권 알고 있더라고요.

이디스 올리비어는 영국에서 성직자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수적이며 통제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요. 소설 창작을 시작한 건 50대에 접어들어 동생이 사망한 이후라고 합니다. <사생아>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작가의 믿음을 보여주는 작품인 동시에 당시 영국 사회가 독신 여성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을 이면에 담고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애거사는 어릴 적 상상 속 친구인 클러리사를 18년 만에 다시 소환합니다.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인 클러리사와 유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자신의 눈에만 보일 뿐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 클러리사와 함께 있을 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애거사의 눈에만 보여야 정상인 클러리사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애거사와 클러리사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되고, 자신이 만들어낸 딸이 성장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독점하고픈 욕심에 자꾸 방해하며 클러리사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길 원하는 애거사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클러리사. 애거사가 만들어낸 클러리사는 애거사가 갖지 못했던 욕망의 실체가 아니었을까 해요. 관습에 얽매여 있고, 남들 이목에 신경 쓰는 애거사와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자신이 만든 또 다른 자신인 클러리사였을 거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걸 뛰어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느끼게 되네요.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외로웠을 애거사가 안쓰럽게 느껴진, 먼지투성이 삶에 비쳐든 빛을 조금만 더 잘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던 <사생아>였습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