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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홋쿤님의 서재
  •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 김지숙
  • 12,600원 (10%700)
  • 2024-09-02
  • : 1,315

우리 사회에서 화제를 넘어 현실이자 거대한 담론이 되고 있는 AI. 시대의 흐름에 맞게 문학에서도 다양한 소재로 사용된다. 고민하지 않고 당장 떠오르는 소설만 해도 클라라와 태양, 지구 끝의 온실, 리보와 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으로 받았는데, 책의 결말이 담긴 마지막 3꼭지가 없는 상태였다.


작가의 손 편지가 담긴 엽서도 흥미로웠는데, 이런 당부가 적혀있었다.

1. 가능하다면 두 번 읽어주세요. (단서가 새롭게 보일 것이란 것)

2. 혜은이가 부른 파란 나라를 들으며 읽어주세요. (이 책에 영감을 주었다고)

3. 뒷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해 주세요.


책의 주인공은 파란 나라에서 사는 파랑이.

파란 나라는 '아이를 키우는 데 최적의 마을'이다. 눈을 감고 걸어도 안전할 만큼 정돈되어 있고 어린이를 위한 모든 곳이 제대로 갖춰진 곳.

그런데 파랑이의 베프였던 우령이가 한마디 언지도 없이 마을을 떠나버린다. 파랑이는 친구의 전학 기록을 묻기 위해 미로 쌤의 집을 찾았다가 반 친구 우주와 엮이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파란 마을의 미세한 균열을 느끼기 시작한다. ​​

아이를 키우는 데 완벽한 곳,이라는 환상

어른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완벽한 곳으로 파란 마을을 설계한다. 하지만 그 완벽한 곳이란 어른들의 시선에서다. 한 부모 가정 혹은 부모가 없는 아이는 없어야 하고, 아이들의 꿈을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돕는 곳, 어긋난 곳이 있다면 다시금 초기 설정이 되는 곳.

그런데 완벽한 곳이라 믿었던 파란 마을에서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일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우령이처럼 부모로부터 '삭제'를 당하는 장면에서 '정말 이곳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파란 나라'의 노래 가사와 같은 곳.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가고 싶어 생각만 하는'

파라다이스를 현실로 재현한, 어른들이 만들고 싶었던 판타지의 나라가 파란 나라이지 싶다. ​​

그런데... 부모도 아이도 사람이 아니다..?


뒤로 가면서 소설의 흡입력이 무척 높아지는데, 파란 마을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지기 때문.

특히 어른들의 입에서 '삭제' 설정' 이란 단어가 계속 나와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실제 사람이 아니고 프로그램인가..?'라는 의문이 들 즈음, 마을을 이끄는 운영자였던 교장 선생님의 몸이 마치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장면이 나와 버린다.

뭐지?!

이 마을을 지키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다 프로그램이었던 걸까?

그래서 삭제, 설정, 재부팅이 가능한 걸까?

주인공 파랑이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암호를 풀려고 끙끙거리면서 내가 받은 가제본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

파랑이가 결국 암호를 풀어내고 파란 나라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그리고 우주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이와 같이 읽고 이런 대화도 가능할 것 같다.

'흠 없는 완벽한 세상을 과연 설정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있을 때마다 삭제 혹은 반복, 추가 가능한 프로그램같이라면 어떨까?'

'네가 생각하는 파란 나라는 어떤 곳이야? 어떤 이미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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