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야홋쿤님의 서재
20vs80의 사회
책읽는엄마  2019/09/07 09:06
  • 20 VS 80의 사회
  • 리처드 리브스
  • 15,300원 (10%850)
  • 2019-08-23
  • : 2,099

 

 

제 블로그 이웃들은 거의 정치색이 강한 글을 쓰지 않습니다.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만 제가 이웃으로 추가한 이유도 있겠고요. 다만 이번 조국 사태는 여러모로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럼에도 조국 사태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몇 자 적었습니다. 딸 조모씨의 입시와 입학 관련해 위법도 불법도 없지만 엘리트들이나 알고 이용할 수 있었던 고급 정보를 활용했단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외고에 입학했더니 아이 친구 부모님이 대학교수였고 인턴 활동이라는 기회를 얻었고 외국대학에서 갈 때 도움이 되라고 소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도 올려주었다는 것(단대 장교수님은 '(조국 딸이) 고대가서 실망했어요'라고 하시더군요)은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리브스의 말에 의하면 '기회의 사재기'입니다.

                                 ​

저자는 우리가 언론에 속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을 하는데요. 바로 1 vs 99라는 프레임입니다.

1%의 슈퍼리치는 우리가 속한 99%의 소득과 부를 다 가져가는 사악한 존재들 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문제는 상위 20%에 속한 중상류층이라는 거죠.

대부분은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산층 안에서도 너무 큰 차이가 있어 한 범주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중산층은 어쩔 수 없이 최상류층, 중상류층, 중하류층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의 격차는 극심해지고 있다고요. 또한 중상류층은 교육계, 언론계, 기업들의 고위 경영진들이 포진하고 있기에 실상 이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리브스의 이력도 좀 특이합니다. 영국 출생인 그는 미국인 아내와 결혼 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합니다. 아직도 영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귀족, 왕족이라는 계급제도가 몸서리치게 싫었다는 저자는 , 미국이야말로 '평등사회의 완전 구현체'라는 일종의 환상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웬걸, 미국에 와보니 이 곳은 계급 구조가 더 견고했더라는 겁니다. 그 견고한 계급 구조란 20%의 중상류층이 속한 공동체 - 사는 동네, 학교를 말합니다.

                                 ​

회사에 어렸을 떄부터 특출나게 공부를 잘했던 회사 선배의 아이가 있었어요. 그 회사 선배 또한 강남키즈로 나고 자랐고요. 그 선배도 아이를 강남 키즈로 낳았고, 열심히 공부를 시켰고 과학고 중에서도 제일 들어가기 힘들다는 곳에 올해 입학을 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길래 "처음으로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친구들도 사귀고 기숙사 생활도 하려면 적응하는데 힘들겠다"고 했더니, "이미 다 아는 친구들이야"라고 답하더군요.

"아..."라고 했지만, 초등학교 때 영재원 같이 다닌 친구들, 중학교 때 같은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던 아이들이 많이 있구나...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중상류층은 양육에서도 이미 격차를 넓히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 바로 여행과 책과 양질의 교사라는 경험을 통해서요. 그리고 그 경험이란 경제적 자본이 필요하고요. 책에서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자면,

"가장 큰 시장의 실패는 부모를 잘못 만나는 것" (by 제임스 헤크먼) 이라는데 어쩐지 섬뜩합니다.

중상류층은 '유리바닥'이라는 기구를 활용해 지위를 더욱 견고히 유지합니다. 소득과 부, 학력을 대물림해주면서요. 중상류층의 똑똑한 아이들이야 유리바닥에 발을 대고 더 높이 뛰어오를 준비를 하지만, 공부머리가 되지 않는 아이들도 괜찮습니다. 어쨌든 4년제 대학만 나오면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만은 막아주니까요. 대물림은 견고히 하향이동은 막아주는 수단으로서의 이곳은 확실히 그들만의 리그가 맞습니다.

자유평등주의. 능력본위주의.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경쟁을 위해 준비한 그 기회도 평등해야 합니다. 중상류층은 그들만의 정보를 이용해 기회를 사재기합니다. 여기서 기회란 이마트에서 50% 세일하는 물건을 득템하는 기회가 아니라 미래에 가치있는 - 연줄, 자질, 기술 - 것을 잡는 걸 말합니다. 이 기회는 희소해야 가치가 있습니다.

미국 대학 입시 시의 '동문우대'는 대놓고 중상류층의 자제를 뽑아주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하버드대에선 Z LIST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거의 대부분 동문 자녀들로 채우고 있다고요.

취업 시장에서 가장 후하게 점수를 주는 것은 '인턴 활동의 유무'입니다. 그리고 양질의 인턴 자리는 중상류층의 인맥 등을 통해 기회를 잡아간다고 저자는 지적 하고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상위 20%에 드는 중상류층이라 말하며, 리처드 리브스는 변화를 위한 제안을 제시합니다.

-계획없는 임신과 출산을 줄이고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높이자고 ; 20%와 80%의 격차를 넓히는데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양질의 교육의 여부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 동문자녀우대 제도를 없애고, 인턴기회를 개방하자고요.

자, 그런데, 여기서 20%의 중상류층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만의 리그로 딱 좋은데, 그냥 두고 싶은데, 내가 혹은 내 자식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배려'란 것을 해야하나?

저는 조국 사태를 기회의 사재기라는 측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상류층이 가진 연줄, 자질, 기술로 경쟁을 위한 출발선에 서기 전에 이미 기회를 많이 잡아둔 것. 물론 상류층들은 다 그런거 아냐? , 왜 조국 후보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그렇네요. 할말이 없습니다.

"지난 30년간 불평등이 끔찍하게 증가해왔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결집할 것이고 이들이 사용할 수단에는 다수의 인구를 희생 하에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들도 포함될 것이다" -앵거스 디턴 (222P)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