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남아 있는 책장이 줄어들수록 조바심이 났다. 아는 책은 알아서 반갑고, 모르는 책은 또 새로워서 설레는 에세이라니. 아껴 읽었다. 서평인 듯 서평 아닌 에세이 같은 박지훈 기자의 글이라니. 문체에 사람이 담겨 있다면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는 잘 들어주고 조곤조곤 마음 맞는 주제에 약간은 볼이 발그레해지며 신이 난 눈으로 말을 하는 그림이다. 방대한 양의 책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저자가 지닌 책에 대한 자세는 소중한 이를 대하듯 보송보송하다.
챕터가 바뀌어도 마냥 좋았다. 깊이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던가. 나의 독서 깊이가 얼마나 하찮고 멀건지 느껴지면서도 다른 이의 삽질을 보고 있노라니 좋기만 하다. 독서에서 효율적인 단 하나의 방법을 찾았던 시간이 있었다. 이게 맞는지 끊임없이 자기 의심을 했고, 멈춰서 돌아보기를 수십 번. 이동진 작가의 책에서 받았던 느낌과 위안이 누군가에게도 비슷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분야에 상관없이 저자가 읽고 그려내는 책 이야기는 나의 그것과 같고도 달랐다. 비슷한 결의 다른 책보다 언급되는 범위가 다채로워서 질리지 않았다. 이 책에 언급된 책을 몇 권이나 읽었나 세어보는 건 비단 나만의 재미였을까. 너무 젠체하지 않아서 좋았던 건 안 비밀이다. 어떤 책은 독자에게 자신의 지적 수준을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불편해지는 선을 마주하게 하는데 이 책은 반대였다. 반가움도 동질감도 멋짐도 있는 독서 에세이다.
책을 좋아한다면 안다. 책에서 붙은 불은 책으로 수습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나 보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하염없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