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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신부1』
마거릿 애트우드(저자) 민음사(출판)
몇달 전 읽었던 고양이 눈에 이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도둑 신부는 독일의 전래동화 도둑 신랑에서 그 모티브를 차용하여 지어진 작품입니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들을 점찍는 것과는 다르게 도둑 신부는 주인공 지니아가 남자들을 우롱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토니, 채리스, 로즈의 삶에 파고들어 남편을 빼앗긴 여자들 셋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궁금해지게 하죠. 토니는 역사학자로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현실적이고 차분하며 머리 또한 비상합니다. 텃밭을 가꾸며 몽롱한 분위기를 풍기는 채리스, 외강내유형의 사업가 로즈까지...
모두가 완벽해 보이지만 지니아가 그들의 삶에 파고들며 그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전쟁이라는 시대 속에 그들은 어쩌면 결핍된 마음과 억압된 현실 속에서 살아갔다는 것이 공통적인 삶의 바탕이 됩니다. 그들에게 부모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토니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존재하지만 마치 없는 것과 같은 헌공함을 안겨줍니다. 채리스에게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의미가 되고 로즈에게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부모님이죠. 왜 그들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된 것일까요? 강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약한 내면을 가진 그들에게 지나아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마치 요즘 일컫는 말 가스라이팅이 생각나는 것도 지니아가 그들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토니와 그의 어머니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자식을 키우는 독자로서 자식이 엄마를 멀게만 느끼고 낯설어한다면 그녀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이 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토니가 지니아를 만나 그녀가 이중간첩 생활을 하고 자신 말고는 어느 편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며 변덕으로 일삼는 그녀에게 오히려 그녀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됩니다. 그것이 토니 자신의 어머니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눈썰매를 타고 언덕 밑으로 사라져 가는 자신의 어머니와 말입니다. 토니는 지니아 문제로 캐스를 찾아가게 되는데....
지니아 그녀로 인해 세 여자의 삶이 송두리째 변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남편을 유혹했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낯선 여자가 개입되는 삶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일 것입니다. 악의 여자 지니아 그녀는 왜 그렇게 악의 화신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던 도둑 신부 그것은 지니아로부터 또 다른 자아와 불안정한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지니아뿐 아닌 또 다른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음을 상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고 도둑 신부 2를 또다시 펼치며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지 그 끝을 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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