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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주님의 서재
신화는 재미있다. 그것은 일상 생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내용들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신화는 알 듯 모를 듯한 감동 같은 것을 준다. 그것은 신화가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의 이야기는 곧 인간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우선 부딪히는 것은 낯선 신들과 사람들의 이름이다. 그래서 막상 책을 덮고 나면 제우스나 아프로디테를 비롯한 몇몇 신들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또 하나는 신화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머릿속에 남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다른 사건과는 어떠한 연결 관계가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을 이윤기가 썼다는 점이다. 그의 문장은 언제나 매끄럽고 읽기가 좋다. 기본적인 뼈대 위에 살을 좀 붙였겠지만 그것이 이 책에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신화의 내용을 보다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엮은 점은, 신화의 내용을 단편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많은 발걸음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하나 더 말하자면, 책 속의 많은 삽화들이 신화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많은 그림들은 그 그림만을 보고 이야기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책은 실상,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많은 내용들이 빠져 있다. 아마도 저자는 신화의 열쇠를 찾을 수 있는 상상력을 주는 데 만족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실제로 그러한 열쇠를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신화에 담겨 있는 상징성을 독자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에로스와 프쉬케의 사랑은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육체적이다. 그 사람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서야 그 사람을 이성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믿음)을 담고 있지 못한 사랑은 결국 완결성을 가지지 못한다. 그것이 또한 진실이려니.

신화의 내용은 하나하나가 상징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 자신이며, 어떻게 해석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서 스스로 신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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