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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북하우스
  •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크리스 나이바우어
  • 16,920원 (10%940)
  • 2026-01-21
  • : 46,785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생각하는 나’라는 감각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고통과 혼란을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고, 뇌의 작동 방식 _ 특히 의미를 만들고 이야기를 엮는 좌뇌의 해석 기능 _ 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우리는 현실을 직접 경험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뇌가 만들어낸 설명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다.


책 전반에서 반복되는 핵심 개념은 좌뇌를 ‘해석 장치’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좌뇌는 언어화, 범주화, 패턴 인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지만, 동시에 사소한 사건에 이유를 부여하고 일관된 자아 서사를 만들어 낸다. 저자는 분리뇌 실험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이러한 해석 기능이 얼마나 자동적이고 설득력 있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그 설명이 언제나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좌뇌의 이야기는 종종 불안을 예측하고, 이미 끝난 일을 반복 재생하며, ‘나’라는 감각을 과도하게 고정시킨다.


이 책이 기존의 책들과 결을 달리하는 지점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에 있다. 저자는 생각을 바꾸거나 감정을 통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시도 자체가 좌뇌의 또 다른 개입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대신 제안되는 것은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태도, 즉 해석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관찰하는 위치다. 이때 등장하는 우뇌는 문제를 설명하지 않지만, 전체 맥락을 감지하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변화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인식의 위치가 이동한 결과에 가깝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삶의 문제를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반복’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왜 같은 생각 패턴이 되풀이되는지, 왜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를 도덕적 판단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뇌의 작동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문제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말하기보다, 무엇을 사실처럼 믿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이 책은 아주 가볍게 소비되는 뇌과학 입문서는 아니다. 좌뇌와 우뇌라는 구분은 설명을 위해 단순화된 틀이며, 독자에 따라 어떤 장은 깊게 공명하고 어떤 장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의 장점은 분명하다. 삶을 “더 잘 통제하는 법”이 아니라, “덜 속는 법”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기보다, 문제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감각이 남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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