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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mom님의 서재
  •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 조엘 디케르
  • 12,420원 (10%690)
  • 2013-08-08
  • : 1,595

새해 첫날 시작해서 하루 만에 정신없이 읽어치운 소설이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왜 읽었나 허무할 따름.

오래동안 소설을 읽지 않다가 최근에 소설을 조금씩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소설을 읽지 않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 전개와 반전, 등장인물은 놀랄 만큼 영화적이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

그래서 중간에 놓치 못하고 끝까지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지...

요즘 소설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공감하기에는 내가 너무 늙어버린 것일까. 책 날개에는 온통 이 책에 대한 찬사 일색인데. 나는 그 찬사가 많이 과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주목할 만한 통찰이 없는 건 아니었다. 주인공 마커스가 정작 어려운 인생의 문제와 대면하려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게임만 하면서 인생을 회피하고 있다는 해리의 지적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권투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소설 창작에 몰입하는 마커스의 인생 역전도 좋았다. 현대 출판 시장의 교묘하고 비도덕적인 마케팅 실체를 파헤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놀라는 남성 작가들의 판타지가 아닐까. 어리고 아름답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는 순수한 영혼이자 영감을 주는 여신. 그녀의 불행과 죽음은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작가는 인생에 대한 어떤 진실과 통찰을 알려주기 위해 놀라를 그런 불행과 비극 속으로 밀어넣어야 했을까.

이를테면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의 죽음은 소설 전개를 위해서나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의 전달을 위해서나 창조된 등장 인물의 실감나는 생생함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놀라의 불행과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나쁘게 말하면 선정적 흥미와 반전을 위한 것이고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작위적인 것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 소설의 작가는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를 하면 딱 어울릴 것 같다.

역시 최근 소설을 읽고 공감하고 감동받기에는 나는 너무 늙었나보다.

아니면 이제는 누구도 감동을 위해 소설을 읽거나 창작하지는 않는 걸까.

새해 첫 책 씁쓸했다. 당분간 소설은, 특히 최근의 소설은 다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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