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와 메리앤. 두 자매가 있다.
세 자매 중 첫째인 엘리너는 이해력과 냉정한 판단력을 갖추었고, 감수성이 높으면서도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혜로운 여성이다. 장녀로서의 책임감은 물론이고, 신중함과 자제심은 따라올 자가 없다.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 둘째 메리앤은 분별력 있고 영특하며 사랑스럽지만,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신중하지 못해 매사 의욕이 앞선다. 가식없는 솔직함으로 당당한 여성이지만 그것 때문에 타인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다. 이렇게 두 인물의 소개만으로도 소설의 제목이 나타나는 바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두 여성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이성과 감정의 조화로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당시의 상속 제도를 짚으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부조리에 대해 재치있게 짚어내고 있다.
소설에서는 자매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엘리너와 에드워드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메리앤과 윌러비는 뒷일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당장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들의 불같은 사랑을 알면서도 말없이 속을 삭이며 메리앤을 지켜보는 브랜던 대령을 답답한 중늙은이(브랜던은 서른다섯 살이다)쯤으로 취급한다. 메리앤이 예술이나 자연을 감상할 때 미학적 쾌감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엘리너는 윤리와 타인에 대한 공감을 우선한다. 윌러비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규범을 무시하고 적극적으로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요구하는 메리앤과 달리 엘리너는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만큼 자신과 관계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에 자기에게 이미 큰 아픔임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속내(감정)을 무작정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어느 선까지가 배려이고, 어느 선 이상이 모욕일까. 감정(생각)을 자제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실 더 우선되어야한다거나 혹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없다. 다만 무엇을 결정하든 나 자신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의미있게 느껴졌던 몇몇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 결혼했다고 여겼던, 자신의 감정을 전혀 표현할 줄 모르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미숙한 에드워드가 청혼했을 때 곧바로 터져나온 엘리너의 눈물은 소설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표출한 극단의 감정이다. 이 눈물은 그동안 엘리너를 억눌렀던 규범, 예의, 책임감, 원망 등 여러 감정들을 일시에 해소하는 것으로써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또하나는 미스 모턴이 형제지간인 에드워드와 결혼하나 로버트와 결혼하나 달라질 게 없다는 존 대시우드의 말은 당시 여성의 결혼에 대한 인식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앞뒤 사정을 떠나서 가장 비호감은 역시 윌러비. 비겁하고 구차한 인물. 술에 취한 채 찾아온 마지막 방문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제 마음 하나 편하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상대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구질구질한 사랑 고백과 자기 변명도 모자라 현재 아내와 오래 전 자신이 능욕한 어린 여자까지 모욕한다. 엘리너가 그런 사람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데에는 그가 더이상 자기 가족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분노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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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본문에 달린 주석. 덕분에 당시의 영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불어 소설 속 인물들의 대사나 행위를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작품을 훨씬 풍성하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