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달리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글쓰기를 지탱하는 힘을 어떻게 얻는지를 고백하는 책이다. 그는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문학적 노동의 비유로 풀어낸다. 매일 정해진 거리를 묵묵히 달리는 일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쌓아가는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순간의 번뜩임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는 힘이야말로 오래 살아남는 작가의 비밀이라고 그는 말한다.
책은 화려한 수사를 던지기보다는 일기처럼 소박하고 담백하다. 그러나 그 담백함 속에서 독자는 오히려 하루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그는 늙어가는 몸을 인정하고, 예전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달린다. 속도가 줄어드는 대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삶을 견디는 방법을 찾는다.
책 속에는 은근한 유머도 있다. 마라톤에서 꼴찌를 해도 소설가는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말은 달리기와 글쓰기 모두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싸움임을 보여준다. 달리며 사라지는 잡념이 소설 속 세계로 되살아나는 듯한 묘사는 그가 달리면서도 결국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