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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님의 서재
  •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은미 외
  • 13,500원 (10%750)
  • 2025-10-21
  • : 19,780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내 안에, 내 삶에 데굴데굴 굴러 들어와 쿵 부딪치고 공명했다.

​소설 읽기란 내가 인식하지 못하던 세계를, 혹은 알고도 외면하던 현실을 이야기의 형태로 직면하게 하는 일이란 걸 새삼스럽게 실감한다. 멀게만 느껴지던 거대한 사건도 내 작은 일상과 상관 없지 않다고. 하고많은 일이 벌어지는 이 세계에 나 역시 분명한 영향을 주고 또 영향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이란 걸 절감하게 한다. 이렇듯 소설을 읽는 행위가 조금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 기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최은미의 <김춘영>은 대상작의 아우라를 차치하고라도 소설 속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가 유독 짙게 와 닿은 작품이었다. 4월에 폭설이 내리는 화운령 운탄고도, 그곳에 집을 짓고 사는 탄광촌 출신의 고령 여성과 그를 인터뷰하는 면담자. 화자는 구술자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어내야 좋을지, '라포'를 형성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의도대로 답변을 받아도 괜찮을지 고민하고 주저한다. 이 구도가 마치 소설가가 두려워 하는 '서사를 향한 욕망, 재현의 윤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침 작품 해설에는 소설가를 두고 '세상을 인터뷰하는 사람'이라는 재미난 비유가 있었다. <김춘영>이 1980년 정선의 사북항쟁을 모티브로 쓰인 만큼 작가 자신이 사료를 찾아보다 맞닥뜨린 딜레마와 소설관이 이야기에 반영된 셈이다.

물론 소재 자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자신이 겪은 역사적 사건을 풀어놓는 구술자 김춘영에게 나름의 반전도 있었고... 폭설이 휘몰아치는 목조 주택 안, 저마다의 자리에서 어찌할 바 모르는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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