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잎새들이 서걱거리는 것은/ 인생의 많은 망설임 때문이다// 흰 발목의 빗방울들이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다녀간다// .........- 불두화 중에서

장석주 따라쓰기- 큰 고니가 우는 밤!
'대추 한 알'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장석주 시인의 명시 76편이 수록된 시집, 책표지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오는 시집으로, 필사하기 좋도록 활짝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가뜩이나 짧아진 가을을 건너뛰기라도하듯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당황스러웠던 10월도 저물어간다.
밤새 시린 바람을 맞고 서있던 나무들은 단풍이 점점더 짙게 물들어가니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참 예쁘다. 가을은 가을이구나!
그래서인지 때로는 산문같은 시, 단 몇 줄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낸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바라보고 느꼈을 순간들, 살아온 이야기, 마음을 담아내고 삶의 고통을 토해낸 시를 읽고 쓰는 시간이 그 어느때보다 진지해졌다.

'날씨는 먼 곳에서 당신이 보낸 소식이다.'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덥썩 필사를 시작했다가 이내 깊이를 알 수 없는 외로움, 기다림을 깨달은 마음이 시리다.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가,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으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또한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입니다.' 몇 번을 읽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의 힘이다.

이젠 흑백사진처럼 머언 기억 속에 자리한 어린 시절의 추억,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달이 뜬다.
시인이 담아낸 이야기를 따라 마치 내가 주인공이기라도 된 듯 그 기억, 이야기 속을 걸었다.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책장을 넘기다가 내 눈길을 사로잡는 시를 읽고, 필사를 했다.
오늘 나에게 찾아온 이야기, 공감가는 시, 그리고 인생 이야기들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