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가장 좋은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을 거예요. 마릴라 아주머니, 모퉁이도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그 너머에 어떤 길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해요.(...)"
"(...) I don't know what lies around the bend., but I'm going to believe that the best does. It has a fascination of its own, that bend, Marilla. I wonder how the road beyond it goes- (...)" -70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말들.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이상하게도 빨간 머리 앤하면 손이 먼저 나가는 것 같다. 저요! 저요! 제친구란 말이예요 하면서.....
TV 만화에서 처음 만난 앤, 끙끙거리면서 원서를 읽었고, 넷플에서 앤시리즈를 다시 보아도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하얀 눈이 펄펄 날리고 그 어느때보다 추운 2024년 12월, 앤을 다시 만났다.
빨간 머리 앤 8권에서 발췌한 문장, 원문과 함께 앤이 소녀에서 여인이 되고 엄마가 되는 시간을 지켜보았다.
지금 다시 앤을 읽으면 나는 어떤 문장을 필사하고 싶을까, 이만큼의 세월이 흘러서 다시 읽는 앤이 궁금해졌다. 그때보다 더 많이 공감하면서 읽게 될까?
"(....) 이런 아침에는 세상이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시냇물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시냇물이 얼마나 명랑하게 웃는지 아세요? 시냇물은 언제나 웃고 있어요.(...)"
"(...) Don't you feel as if you just loved the world on a morning like this? And I can hear the brook laughing all the way up here. Have you ever noticed what cheerful things brooks are? They're always laughing.(...)" -23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다녀왔다는 작가가 부러웠다. 작품 속 배경을 상상해보고, 멋진 풍광을 화면으로 보았지만 실제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앤이 매슈, 마릴라와 처음 만나는 순간, 이제보니 앤이 초록지붕집으로 가면서 보았던 아름답고 황홀했던 봄의 풍경이 바로 앤에게 다가오는 인생의 봄을 알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야할 처지란 것을 알면서도 마차타고 가는 동안만은 생각하지 않고 그 길을 즐기겠다는 앤을 보면서 다시금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 다음에, 언젠가라는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새해여, 어서 오라!" 마지막 종소리가 사라지자 짐 선장은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멋진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최고의 선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어떻게든 우리는 멋진 항구에 도착할 겁니다." -218
누구보다 앤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릴라, 모녀사이같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으면 미소가 번진다. 매슈, 마릴라, 다이애나, 길버트, 레이첼, 루비, 젬, 월터, 셜리, 릴라.....
별일없이 매일이 똑같은 날인듯 하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 기쁨, 기다림, 사랑, 행복, 우정, 인생, 결혼, 좌절, 이별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리라.
더디게만 지나가는 하루가 돌아서면 금방 일주일이 지나가버리고 또 한달이 되고 어느새 1년 아니 몇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의 우리가 있다.
같이 울고 웃으면서 책 한 권으로 앤의 이야기를 훑어보는 시간, 작가인 몽고메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 문득, '지금 자신이 상상하고 생각했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묻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