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학문체계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방법론은 제 각각 분절되어 있었다. (마치 삼신론처럼) 분절되었기에 더욱 섬세하고 예리한 방법론은 특정 ‘사실’을 발견하는데는 탁월해보였지만, 역설적으로 ‘진리’에 다가가는데는 길을 잃게끔 만들었다. 하여 본서는 ‘삼위일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하나님은 세 분이지만 동시에 한 분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이시지만 동시에 인간이다. 우리의 믿음은 철저히 하나님의 것이지만 또한 인간의 것이다. 즉 (삼신론처럼) 분절된 단위보다, 더 근원적으로 분절된 단위 사이에 맺고 있는 관계 자체를 (마치 삼위일체처럼) 탐구할 때에야 비로소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통찰이다. 이는 뉴턴의 (정교하지만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는) 이론에서 맥스웰과 아인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모호하지만 전체를 포괄하는) 이론으로의 전환과도 꼭 닮아있다.
*실제 저자는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한 전문가인 동시에, 삼위일체 신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영어로 옮겼다.
전체를 포괄하는 삼위일체 신학을 전개하는 저자답게, 신학의 본령을 거칠고 담대하게 서술해나가고, 근대의 분절된 학문체계에 의해 가리워젔던 기독교 신학의 진리를 복원해나간다. 그리고 가끔은 (저자 스스로 깊게 고뇌했을) 홀로코스트 문제에 관한 무척 예리한 통찰까지 돋보인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형벌대속론의 한계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있으며, 왜 동방정교회의 신학이 주목을 받게되었는지, 또한 삼위일체 신학이 어떻게 ‘신화화’ 내지는 ‘만인구원론’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보는 눈이 있다면.
대가의 책이라 어려울 수는 있지만 어렵게 읽어낼 수만 있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