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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님의 서재
  • 허술하면 좀 어때
  • 띠로리
  • 15,930원 (10%880)
  • 2023-07-25
  • : 384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라는 생각을 한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어쩌다 한번 겹칠 수는 있지만, 우연이 이렇게나 여러 개 겹치니 어딘지 모르게 띠로리 작가와의 운명적인 (그러나 일방적인) 연결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증거로 잠시 tmi를 살포하자면... 저도 리본을 토끼귀 만들기로만 묶고 방향감각이 전혀! 없으며 계절에 관계없이 마후라를 애용하는 어머니를 두고있고 긴 목도리를 할때면 이사도라 덩컨을 생각하고 대학교 4학년때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오해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정도면 운명이 느껴지지 않나요?) 심지어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까지 저와 닮았어요 (!)

저와 닮은 사람의 이야기를 신기해하며 출근길 지하철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살살 깨물어가며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생각하는데, <허술하면 좀 어때>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부족함과 실수를 띠로리만의 유머와 위트로 덧칠해주는 것 같았어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영화평 중에 영화 바비를 보고 핑크빛 보호막이 한겹 씌워진 느낌을 받았다던 분처럼 저를 지켜주는 눈알달린 보호막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띠로리 작가의 바보같이 귀여운 인형들이 언제까지나 맹하고 어이없는 얼굴로 있어주길 바라며, 책을 덮고 일상을 살면서도 생각나던 책의 맺음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쓸데없는 감상에 젖지 않아도 모든 건 헤어지고 망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말보로 담뱃갑을 보고 지구 멸망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하릴없이 울지 않았던 것처럼,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상상한 어떤 디스토피아적 세상이 언젠가 찾아온다고 해도, 한날한시에 모두 죽지 않는 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결국 그때도 나름의 사랑과 모험을 펼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세상이 망할 듯 천둥 치는 창밖을 바라보며 카페에 갇혀 시시하게.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실없이 웃으며.


#허술하면좀어때 #띠로리소프트 #푸른숲 #띠로리 @prunsoop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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