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실은 살아가면서 사람에 '절망'할 때가 더 많다.
그리 길지 않은 세월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서른 즈음에 겪게된 사춘기.
가슴속엔 아직
내 생을 바치고픈 빛나는 꿈 하나 품지 못한채
주위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또 상처만 받는 내가 싫고, 작아지고..
역설이 아닐까 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믿고 싶어지는,
정말 '희망'이 되어 사는 누군가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인 박노해 시인은 내 나이 또래에선 생소한 분이지만
한국 사회 엄혹했던 70-80년대를 노동운동,민주화운동으로 몸바친 대가로
90년대를 무기징역으로 독방 감옥에서 살아낸 사람.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뜨겁게 남은 재처럼, 실패한 젊은 혁명가.
누구보다도 춥고 아프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어 온 시인이
나지막히 말하는듯 울려오는 말, 사람만이 희망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강렬한 레드.
보통 책을 사면 띠지는 버리는데
왠지 책상 앞에 붙여두고 싶어졌달까.
'길 찾는 그대에게 건네는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멀리서도 또렷히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서

차례 부분.
가지런하고 깔끔한 느낌. 글씨가 예쁘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조금 충격.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들이라는데…
그걸 못느끼고 그저 살아가는 난
시간이 갈수록 사람에 치이고 일속에 파묻히고
나는 점점 무뎌져 가는 걸까
"나날의 무의미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내 감각과 정신과 감수성을 퇴화시킨다"
이런게 죽어가는건 아닐까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 시가 이 책에 있었구나..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절친을 찾은 기분.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내 한 생의 겉돌기를 멈추고 곧장
삶의 핵심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할 순 없을까요”

삶은 시간이기에...
여유가 생기면
준비만 갖추면
언젠가는 해야지
자꾸 미루다간 영영 못하고 맙니다
여기까지 읽고 내가 깨달은 것.
삶은 한정된 시간이다.
이대로 미루다가는
더 고민만 하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 세상을 닮아버리고
내가 가장 혐오하던 사람들과 비슷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문득 드는 위기감, 다시 고민...
이 고민이 끝나고 나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나에게도 확신과 용기가 생겨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