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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라나님의 서재
  •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이화자
  • 13,500원 (10%750)
  • 2020-10-12
  • : 15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것이 내 해외여행의 처음이었다. 그때도 강렬했지만 내 기억 속 제일 오래도록 강렬했던 여행은 24살 인턴을 하다 어렵사리 하루 휴가를 쓰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 홀로 떠났던 홍콩 여행이었다.  누군가 의지할 사람 없이 홀로 떠났던 여행이었던 탓에 그때 만난 사람이며 홍콩의 낯선 거리를 여기저기 누비며 다니며 보았던 것이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명품으로 쇼윈도가 화려한 홍콩 밤거리보다 쿰쿰한 냄새가 나지만 활기가 넘치는 홍콩 시장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가족여행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4살, 6살 에너지가 늘 충만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살고 있다.  여행의 기준이란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맛난 거 먹으며 여기저기 구경 다니길 좋아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아이들 위주인 것이다.  매년 그래도 아이들과 해외라도 한 번 나가는 것이 힘든 육아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큰  낙이었는데  특가 숙소나 티켓을 알아보는 기쁨은 저 멀리~코로나19로 그 즐거움마저 사라진지 오래이다. 해외여행은 갈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집에만 있기에는 우리 아들들의 활동성이 엄청났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연락을 나는 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었는데 두 아들 엄마가 되고 나니 듣게 되었다. 것도 꽤 자주 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대책은 특단의 조치는 주말이면 지금 사는 대전 근교로 떠나는 것이었다. 


어? 이렇게 우리나라가 좋았던가! 


  5년 전 터전을 대전으로 옮기고 나서 좋은 점을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좋은 점은 위치이다. 서울 수도권도 가깝고 여러 지역들을 가는데 만만하다는 것이다. 충청도 지역은 물론이고 전라도도 가깝고 통영 고속도로도 뚫려 남해까지 만만하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달라진 여행 기준으로 아이들이 놀만한 공원, 놀이터가 있는 곳 (오죽했으면 제주도 돌아가는 길 공항 가는 길목에서 놀이터를 찾았을까?) 그리고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산책길,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 식당 이것들이 갖추어진 곳으로 여행지는 찾게 되었다. 여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지역 동네 책방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어 달라 해서 자제하면서도 우리는 올해만 우리나라 제주도, 부여, 여수, 전주, 거제도, 장수, 속리산, 하동,  보령, 태안 등 10군데 가까이를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만족 기준이 낮아진 탓일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좋아진 것일까? 여행을 다니면서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는 한결같았다.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 국뽕에 취한 것이 아니요. 정말 국내 여행 곳곳을 다니면서 나는 우리나라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좀 더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어 책을 찾다가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이다. 




여행만렙이 전하는 숨은 국내 여행지


이 책의 저자인 이화자 작가는 광고인 출신이다. 하지만 여행가가 요즘 소위 말하는 부캐인 듯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말이 100여 개 국가이지, 정말 내가 아는 나라도 100개가 되지 않을 텐데, 그런 이력만큼 여행 관련 에세이를 많이 썼다. 해외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숨은 매력을 전했던 작가가 쓴 이번 여행 에세이 목적지는 국내이다. '해외 100여 개 국가를 누비던 여행가를 만족시킨 여행지'라니 뭔가 국내 여행지지만 꽤 매력적일 거 같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란 문구에 눈길이 간다.  체크리스트같이 표기된 내용에 "걷기를 좋아하지만 내내 걷는 거 딱 질색이다.  중간에 멋진 카페나 박물관, 미술관 한두 개 들르는 걸 좋아한다. " 음 완전 공감 나에게 딱 해당하는 말이라 주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떤 여행지를 꼽은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다녀온 곳은 있을까? 기대감도 들면서 말이다. 우아, 정말 목차에 나온 지역을 갔어도 안 간 곳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더욱 기대에 찼다. 이렇게 숨겨진 곳이 많다니! 하면서 말이다.




꼭 가고픈 신안 섬티아고, 인제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숲 


책에 나온 곳을 당장 떠날 수 없지만 여행으로 떠날 생각하고 읽으니 더욱 재밌게 봐졌다. 서른 살에 꼭 가보고팠던 산티아고 길,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느낌의 12km 12사도 순례자 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섬티아고! ^^  이런 곳이 있다니~ 설치 미술 작가들이 각 섬에 있는 재료들로 예배당을 지었다는 점에 더욱 매료되었다. 성경 속에 이름만 접했던 사도들의 뜻을 더욱 되새기며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낳은 후에는 더더욱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두 아이를 2살 터울로 낳은 탓에 한동안은 내 허리에 아기띠를 떼고 혼자 자유롭게 걷던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꿈꿨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유모차 없이 온전히 걷기를 바라지만 유모차를 끄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 그런데 인제 곰배령이나 원대리 자작나무 숲 내용이 나오는 부분을 보니 혼자서 성큼성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내용이 나온 제목처럼 초록 자연, 흰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려나?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만 해도 설렘에 젖는다. 




동네부터 굽이굽이 살피며 일상을 여행자 시선으로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렇게 저자와 같은 장소를 가서도 이렇게 느낄 수 있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어떤 곳을 가는 것보다 그곳을 가는 여행자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 노들섬을 다룬 내용에서 자신이 동네 산책하면서 찍은 여행 사진에 자신이 사는 동네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댓글에 "찾아보면 당신 동네에도 분명 여기만큼 어쩌면 여기보다 훨씬 훨씬 덧 멋진 곳이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사람은 평소 자신이 하던 행동반경에서 조금만 변화를 줘도 다른 곳을 간 것만큼 큰 자극을 느낀다고 하던데... 오늘 문뜩 우리 집 가보지 않았던 뒷산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샘솟는다.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 책 부제처럼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때때로 나와 함께...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요즘은 어쩌면 좋을까요?
답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최대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겁ㄴ디ㅏ.

물리적 환경과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여행이 주는 희열과 같은 ‘탐험 효과‘를 누려보는 것이지요.
삶을 멈출 수 없을 듯이 여행 또한 그러하기에
지금 있는 여기에서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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