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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두리님의 서재
  • 토지 20
  • 박경리
  • 15,300원 (10%850)
  • 2023-06-07
  • : 1,232
『토지』 20권을 덮고도, 그들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토지』 20권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마침내 다 읽었다는 뿌듯함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갑자기 헤어진 듯한 허전함이 먼저 밀려왔다.

처음에는 최참판댁과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작품은 한 집안의 흥망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 낸 수많은 사람의 삶이 되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가난과 신분의 굴레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들, 사랑하고 미워하고 배신하면서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토지』에는 이름 없는 민초들의 기쁨과 슬픔까지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서희가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서희는 주저앉지 않는다.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 간다. 서희는 강하고 당당하지만, 그 강함 속에는 쉽게 드러내지 못한 외로움과 상처도 함께 있다. 그래서 나는 서희를 단순히 강한 여성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서희의 강인함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갑옷에 가까웠다.

길상의 삶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와 시대적 책임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에서 한 개인의 삶이 역사와 만나는 순간을 보았다. 『토지』의 인물들은 역사에 떠밀려 가기만 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택하고 저항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견뎌 낸다.

『토지』를 읽으며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인간은 참으로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선한 사람에게도 욕망과 이기심이 있고, 미워했던 사람에게도 이해할 만한 사연이 있다. 박경리 작가는 누구를 쉽게 심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오래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누군가를 미워했다가도 어느 순간 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옳다고 믿었던 인물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스무 권에 걸쳐 흐르는 것은 결국 ‘생명’이었다. 전쟁과 질병, 가난과 죽음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덮치지만 삶은 그 자리에서 다시 이어진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태어나며, 빼앗긴 땅에도 다시 풀이 돋는다. 제목인 ‘토지’는 단순히 소유하고 되찾아야 할 땅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자리이자, 수많은 이의 눈물과 기억이 쌓인 삶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토지』 20권을 읽는 일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일생과 우리 민족의 긴 역사를 함께 건너는 일이었다. 읽는 동안 나는 평사리의 들판을 걷고, 간도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인물들과 함께 사랑하고 분노하고 울었다.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그들의 삶은 끝난 것 같지 않다.
평사리의 바람과 그 땅을 살아 낸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계속될 것이다.

📚 『토지』는 왜 박경리의 작품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 그 자체라고 불리는지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스무 권을 읽어 낸 시간까지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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