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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 의미들
  • 수잰 스캔런
  • 19,800원 (10%1,100)
  • 2025-10-27
  • : 2,790
『의미들』은 여성, 정신의학, 읽기와 쓰기, 자기 돌봄 등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 미국의 작가 수잰 스캔런(1970~)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작가가 20대 초반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시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다.

무엇들이 뉴욕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스무 살 백인 여성을 자살 시도를 하게끔 이끌었을까. 무엇들이 그녀가 자살 시도 후 스스로 웨스트 168번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정신병동을 직접 찾아가게 만들었을까.

“ 잠에서 깨면 그게 거기 있었다. 그 명령들이.
이걸 하고 이걸 하고 그다음엔 이것과 이것을 하고 멈추지 마 넌 엉망이고 넌 실패할 거고 넌 못생겼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고 너무 뒤처져 있고 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고 언제나 혼자일 거고 네 외로움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고 넌 결코 네 영웅들이 쓴 것처럼 쓸 수 없을 거야. ”

작가는 1992년 8월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병원에는 이미 슬프고 미친 여자들이 많다. 문학적인 표현으로 ‘광기’어린 여자들이 굶거나 폭식하거나 게워내거나 칼날로 자기 몸을 긋거나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거나 밤새 깨어있다. 작가가 병원에 있던 시기는 ‘되찾은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정점이 달한 때였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성적 학대나 강간, 지독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찾아내도록 부추겼고, 환자들은 그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책에서는 여성들이 걸린다고 알려진 최초의 병 히스테리부터 저자가 정신병동에 입원하던 무렵 유행하던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정신분열증’을 파고든다. 백인 남성 의사들이 새로운 증상들을 발견하고 그에 새로운 병명을 붙인다. 그러면 그 병명에 꼭 맞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여성들은 집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제정신일 때도 미쳤을 때도 항상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작가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백인 여성으로 태어났다. 비백인 인종의 유입을 피해 백인들이 옮겨간 시카고의 교외 지역에서 자랐다. 작가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가장 깊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미인 대회와 발레를 사랑했었다. 작가의 동생이 태어난 직후 유방암이 발발했고, 가슴 보형물과 가발을 착용했다.

“ 이 병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토록 꼼꼼히 지켜온 여성성을 파괴한 것이 엄마한테는 얼마나 참혹한 일이었을까.”

여느 딸들처럼 작가 역시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떠났다. 어머니의 부재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던 작가는 오드리 로드 『암 일기』를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주디스 버틀러, 에이드리언 리치, 조앤 디디온, 오드리 로드, 쥘리아 크리스테바, 버지니아 울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등.

작가는 선배 여성 작가들의 글과 목소리를 통해 본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해 나간다. 자살하기를 그만두고 회복으로 나아간다. 읽기와 쓰기는 작가의 존재 방식이다.

“ 이해받고 싶어서 과거에 관해 쓰고 또 쓰고, 매번 다시 바로잡아보려고,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글쓰기 자체가 살아가는 일의 실패,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실패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방식이 된다. 그리고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를 더를 바라지 않게 된다. 애초에 그런 걸 바란 적이 있거나 하다면 말이지만. 나는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내 무능력을 벌충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세사르 아이라의 표현처럼.”



‘여성’ 이라는 것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갇힌 상태로 발버둥을 치던 그 상태를 깨부수고 다른 곳으로 나아가던 ‘여성’이라는 세계에 더 이상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예민한 관찰력과 탁월한 지성을 가진 여성들은 이 ‘여성’이라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하려 시도한다. 수잰 스캔런은 “우리가 병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그 무엇도 고립된 채 존재하는 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병이란 그 무엇 하나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미들 #수잰스캔런 #앨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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