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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싸우는가
- 크리스토퍼 블랫먼
- 26,820원 (10%↓
1,490) - 2025-08-14
: 1,322
『우리는 왜 싸우는가』 는 전쟁과 폭력적 갈등이 만연해 있고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통념을 뒤엎고, 수많은 적대적 경쟁 관계 중 극히 일부만이 전쟁으로 폭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 보도와 역사책은 실제로 벌어진 소수의 폭력적 다툼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든 피한 수많은 갈등은 좀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규모 전쟁, 유혈과 폭력이 난무한 사건들에만 하이라이트를 비추고 조용한 평화는 못 본체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선택 편향을 낳고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는 전쟁이 빈번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전쟁은 예외지 규칙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적대적인 적도 평화적으로 서로 증오하는 쪽을 선호한다. 한편 여기서 ‘평화’는 반드시 평등이나 정의를 뜻하지 않는다. 한쪽이 압도적인 협상력을 갖고 있을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약한 쪽은 불리한 협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계는 가끔 전쟁이 발생하지만 ‘섬뜩하지만 평화로운 불평등으로 가득하다’.(29쪽)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블랫먼은 정치경제학자로 전 세계적인 폭력, 갈등, 범죄, 빈곤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어떤 사회가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해야 지극히 취약하고 폭력적인 사회도 그런 사회와 비슷해질 수 있는지 고찰한다.
책의 1부에서는 전쟁의 근원 다섯 가지를 분석한다. 무엇이 타협을 선택하려는 정상적인 동기를 방해하고,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까. 책에 따르면 다음 다섯 가지 논리가 전쟁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1) 견제되지 않은 이익 : 전쟁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같은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전쟁 비용과 분쟁의 고통을 경시하고 자신의 집단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유혹에 빠진다.
[대표적 사례] 중세 및 근대 초기 유럽에서 군주국과 공국 및 공화국이 주기적으로 벌인 전쟁. 미국의 독립혁명.
2) 무형의 동기 :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지위나 지배력과 같은 가치 있는 것을 획득할 수 있는 경우이다. 책에서는 총 네 개의 무형의 동기에 대해 소개한다. 정의로운 분노, 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이데올로기, 인간에게 내재한 공격성.
[대표적 사례] 엘살바도르 캄페시노 게릴라(정의로운 분노), 제2차 세계대전 전투기 조종사, 헨리 8세가 일으킨 전쟁들(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아돌프 히틀러, 미국 독립혁명(이데올로기), 훌리건들(인간에 내재한 공격성).
3) 불확실성 :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분쟁이 불리하더라도 때로는 공격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이라크 전쟁
4) 이행 문제 : 한쪽이 향후에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협의가 실패하는 경우이다. 양쪽이 안정된 관계를 이유는 전쟁이 발발하면 너무도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할 거라고 믿지 못하는 경우 상대방의 발흥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른바 ‘예방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제1차 세계대전, 펠로폰네소스전쟁
5) 잘못된 인식 :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확한 추정과 판단에 실패한 경우이다.
[대표적 사례] 월스트리트 거물들의 값비싼 실수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인수합병 실패 사례들(성공 가능성 과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북아일랜드 분쟁(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 다섯 가지 논리를 조합하면 언제 전쟁이 일어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다섯 가지 논리가 존재하더라도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확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경쟁이 그 자체로는 무척 취약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안정되고 성공한 사회들을 추적한다. 이들 사회는 전쟁에 이르는 다섯 가지 종류의 실패로부터 크게 영향받지 않을 보호 장치를 구축했다. 이 장치들은 총 네 가지이다.
1) 상호 의존 : 성공한 사회에서 경쟁자는 독립된 존재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서로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는 평화를 향한 중요한 동기가 된다.
2) 견제와 균형 : 제도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갖춘 안정된 사회는 지도자에게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전쟁을 벌이는 무형의 동기들이 억눌러질 수 있고,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견제 받는 지도자들은 이행 문제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적다.
3) 규칙과 집행 : 평화로운 사회는 법과 사회적 규범, 규칙을 집행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조직들은 강제적 집행 권한을 통해 국가 내 폭력을 크게 줄인다. 국제 영역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 주도하는 소수의 연합체들이 국제 질서를 이끌어 나가고, 나름의 평화를 유지한다.
4) 개입 : 평화로운 사회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더라고 폭력을 멈추는데 효과적인 ‘개입’이라는 도구가 있다. 개입의 도구로는 처벌, 집행, 촉직, 사회화, 인센티브가 있다.
책의 결론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올바른 접근법은 대담하고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부지런히 신중히 내딛는 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도자들이 원대한 계획을 내놓으며 우리 사회를 몇 년 안에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할 때 이를 비판적으로 듣고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세상의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신중하게 수정을 거듭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이러한 접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 책은 전쟁의 근본 원인들을 분석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예시들을 제시한다. “평화”란 형제애나 협력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는 상존하는 위협에서 생겨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 평화론》에서, 전쟁이 아니라 긴박하지만 비폭력적인 대치가 인간의 자연 상태라고 칭했다. 이 책을 통해 “전쟁”과 “평화”라는 두 단어를 완전히 새로 배울 수 있었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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