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은 서울여대 철학과 문성훈 교수의 철학 에세이로 니힐리스트로 살아온 경험과 니힐리스트 철학자로서의 생각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은 니체의 사상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니체가 생각한 니힐리스트란 '자유 정신'의 소유자다. 자유 정신이란 절대적 진리도 없고, 영원한 사실도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니체는 자유 정신을 뱀이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고 새 껍질을 얻는 '탈피'에 비유하는데, 탈피하지 못하는 뱀이 죽을 수밖에 없듯이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못하는 인간의 정신 역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니힐리즘은 흔히 허무주의로 번역되는데, 허무주의라는 번역어는 인간 삶과 세상만사가 다 허무하다고 들리게끔 한다. 그러나 니체가 말한 니힐리스트의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삶에는 그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지만 이것은 오히려 삶의 무한한 가능성과 지속적 자기 창조의 기회가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니힐리스트란 세상만사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사람이며, 이를 위해 삶을 긍정하고, 삶에 대한 자기 지배를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직 철학과 교수님이 쓴 책이라 그런지 이 책은 아주 쉬운 서양철학 교양강좌처럼 읽혔다. 이 책은 노자 『도덕경』, 『장자』, 불교 철학의 '연기' 개념, 공자의 『논어』 등 동양의 철학과 사상도 소개하지만, 서구의 철학 중심으로 쓰였다. 니체의 철학을 중심에 두고 스피노자, 고대 그리스 소피스트, 미국의 현대 철학자 마이클 왈처, 쇼펜하우어, 플라톤, 중세 기독교 성직자, 마르크스, 헤겔, 키르케고르, 에리히 프롬, 사르트르, 애덤 스미스, 악셀 호네트, 카뮈, 푸코, 토마스 쿤, 에밀리 로티, 존 롤즈 등 다양한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이 호출된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와 포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 중국 당나라 시대의 한시들도 인용된다.
이 책에서 반복하여 이야기하는 니힐리스트로 사는 법은 미셸 푸코의 존재의 미학과 존 롤즈의 정의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삶의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각자가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자기 창조적 삶을 사는 것, 어떤 특정한 삶의 목표나 가치가 특권화되지 않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정상-비정상, 옳고-그름의 이분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이것이 책의 지은이가 바라는 사회이자 니힐리스트로서의 삶이다.
@woojoos_story 모집, #이소노미아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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