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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나도 내가 살지 못했던 여러 시대의 삶이 궁금하지만 그중에 특히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지 알고 싶어졌다. 왜냐면 19세기 영국에는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메리 셜리 등 여성 작가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일어났다. 과학 혁명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사람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책은 엄격한 규범과 질서, 위계구조가 존재하면서 동시에 혼란스러웠던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람들이 오한과 함께 시작해서 씻는 것에서부터 어떤 옷을 입었는지 아침을 무얼 먹었는지 일하러 갈 때는 무엇을 타고 갔는지 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세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지은이인 영국의 역사가 루스 굿먼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씻고 먹고 일터에 가고 집에 돌아오고 마침내 방문이 닫히고 침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하루 리듬을 따라간다. 저자는 일기, 편지, 자서전, 잡지 신문, 광고, 지침서 등 온갖 문헌과 사료들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 일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아동의 노동◆
빅토리아 시대 어린이들은 대부분 일을 했다.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가정의 남자아이들도 열두 살이 지나면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것이 당연했고, 정규직 노동자로 기록된 아동 중에는 다섯 살짜리도 있었다. 방직 공장은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1835년부터 1850년까지 영국 방직 노동자의 절반은 18세 미만이었다. 그래서 아동 노동을 다룬 첫 번째 법률은 면직 공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아동 노동이 왜 필수가 되었을까? 새로운 기계들이 성인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렸기에 가정마다 생계를 위한 돈이 더 필요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더 많은 어린아이들이 노동 시장에 내몰렸다.
◆학교와 필기시험◆
빅토리아 시대의 학교는 엄격한 규칙과 규정,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비한 삶을 대비한 훈련장이었다. 조금이라도 규칙을 어긴 학생들에겐 체벌이 가해졌고, 체벌에 의지하지 않을 경우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창피를 주었다.
그리고 일반인 대상의 필기시험이 빅토리아 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시험이 도입되기 전 좋은 일자리는 대게 개인적인 인맥과 추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험이 도입되고 나서 다양한 직업군에서 필기시험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배경이나 인맥 없이 열심히 일하면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여성◆
빅토리아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공통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생각은 남성의 신체가 인간 육체의 완벽한 ‘전형’이라는 믿음이었다. 따라서 여성이 가진 대부분의 특성은 이런 이상에서의 일탈로 여겨졌다. 여성의 월경은 질병의 측면에서 언급되었고 여성의 약점 중 하나로 여겼다. 사춘기 소녀는 특히 취약한 시기로 생각했기에 소녀를 자극하는 예상치 못한 일은 소녀의 앞날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당연히 소녀들의 신체적 활동에 억압으로 작용했고 10대 소녀들은 계단을 뛰어다니는 등의 행동은 자궁을 자극할 수 있으니 금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에밀리 브론테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소녀들에게 정서적 혼란을 일으키고 성욕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0대 소녀들에게 적합한 책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많은 가정에서도 격론의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자아이들이 받는 교육과 두드러지게 달라졌다. 남자아이들은 지적인 발전을 이루고 국가 고시에 응시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미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키는 교육을 받았다. 한편 이러한 불안이나 유려도 대부분 부유층 소녀들에게 한한 것이었다. 대다수 소녀들은 심한 육체활동이 요구되는 직종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코르셋◆
여성에게 코르셋 착용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일이었다. 코르셋을 입지 않는 여성은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코르셋을 벗는다는 것은 인생의 낙오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을 여성들이 따라야 할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굶주림◆
빅토리아 시대는 유럽 전역에서 식량 공급이 부족했기에 장기간의 굶주림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이었다. 소설가 샬롯 브론테 전기에서도 브론테 자매가 어린 시절 겪었던 끝없는 굶주림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특히 여자아이들에게는 음식을 적게 주는 것이 빅토리아 시대의 자녀 양육에서 널리 퍼져 있던 관행이었다. 배고픔을 견디는 것이 자제심과 극기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특히 여자아이는 노력과 의지로 식욕을 억제해야 했다.
◆성문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모든 남성은 강한 성욕을 타고났다고 믿었고, 강한 성욕은 곧 강한 남성성을 뜻했다. 남성은 아내, 정부, 매춘부를 통해 성욕을 배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남성이 자신의 도덕성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 욕구를 다르려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존재했다. 아무튼 당대 사람들은 남성이 성욕이 없다면 ‘남자’라고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여성은 엄격한 순결과 정조를 지키도록 강요했다. 여성이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남편의 건강을 위한 의무이기도 했다. 임신에 대한 현실적인 두려움보다 남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당대 여성들의 성의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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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한번 삶이란 얼마나 우연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노동 계급 사람들의 삶은 늘 고단했다. 그들은 굶주림, 질병, 과로, 학대에 신음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장기적이고 신체를 변형시키는 영양실조를 겪을 확률이 그 어떤 시대보다 높았다. 반면 부유한 유산계급 사람들은 바빴다. 늘 유행을 좇아 옷을 갖춰 입어야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테이블 매너를 배워야 했다. 이 시대 상류층은 완두콩을 포크로 찍어 먹을지 퍼먹을지, 자몽을 먹을 때 칼을 사용할지 숟가락을 사용할지 세부적인 식탁 매너 경쟁에 뒤처져서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
또 산업혁명 이후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들은 더 부유해질 때 가난한 사람들의 기계화로 인해 노동가치가 떨어지고 임금은 점점 줄어들었다. 빅토리아 시대 어느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선 어린아이들까지 돈을 벌어야 겨우 먹고살았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재앙인 시대'였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간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감탄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소수를 차지했던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보단 그 시대의 다수를 차지했던 가난하고 고단했던 사람들의 삶에 더 시선이 간다. 가난하고 고단했지만 성실하고 억척스럽고 강인하게 그 시대를 살아냈던 지극히 평범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모두가 내겐 한 명 한 명의 영웅이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