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그가 공익ㆍ인권변호사로 일하면서 겪었던 내용을 엮어 그의 첫 번째 책 『불온한 공익』을 펴냈다. 류하경 변호사는 ‘공익’, ‘인권’이라 불리는 가치를 지키고 그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변호사 합경 통지를 받고 3개월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과 '내 가족' 밖에 없는 우리 시대에도 소수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활동가와 운동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하여 인권을 수호하는 변호사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 아닌 걸까? 먼저 그는 이 책에서 끝없는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변호사법 제1조제1항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한다. 여기서 변호사법 제1조제1항의 내용은 무엇일까?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변호사법 [법률 제17828호, 2021.1.5., 일부개정]
제1조(변호사의 사명) 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변호사법을 찾아본 적이 없었기에 변호사의 사명이 이토록 정의롭고 거룩한지 미처 몰랐다. 저자는 법정 다툼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미 피해가 생긴 뒤에는 권리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변호사는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직접 나서서 권리 구제에 나서기도 한다.
저자는 '공익'의 개념은 사회적 '허용' 여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란 '사회적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아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p6)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익'도 한때는 누군가의 '사익'이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사익'은 지배세력과 대중의 인정을 받았기에 비로소 공익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 협력 투쟁은 여전히 공익이라 부르길 주저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보고 그들의 사익 추구가 과연 공익 추구인지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인류의 역사는 '공익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을 노예 삼고, 여성에겐 가정의 천사로만 살라고 억압하고, 아동들을 가혹한 노동 현장에 내몰고, 사람을 신분으로 구분했다. 백인 농장주와 남성들과 자본가들과 양반들과 귀족들에겐 과격하게 보였던 사익 추구 덕분에 오늘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익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가 맡은 사건들을 따라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언젠가 아홉시 뉴스에서 별생각 없이 흘려 들었던 사건들의 실체를 알게 된다.
2013년 대한문 앞이 집회 금지 구역이 되자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저자를 포함해 변호사들은 거리에 나서자 근대사회가 국가에 위임한 폭력 행사의 권한인 공권력은 이 변호사들을 기소했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거리의 변호사들과 공권력은 서로에 맞서 장장 10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였다. 또 서울시교육청의 스쿨 미투 사건 처리와 관련한 5년에 걸친 행정소송은 국가가 과연 누구의 편에 서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지은이가 길렀던 반려견 로마의 '동물 등록 신청'을 놓고 벌인 행정소송은 "침대를 사람에 맞춰서 만들지 않고, 사람더러 침대에 맞추라" 식으로 운영되었던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성공한다.
'영혼 살인'을 당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 A 씨의 사건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갑질 문제, 이웃들의 관심과 실천의 중요성, 인식 개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퇴사자 공석에 신규 채용'이라는 너무나 소소한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한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수업 방해가 된다며 이들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고발과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한 세 명의 연세대 학생들 사건 역시 언젠가 저녁 뉴스에서 들었던 일이다. 나의 이모였을 수도 있었던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요구한 조건의 소소함에 가슴이 아팠고, 혹시라도 자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가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며 학생들을 아꼈던 청소 노동자들의 배려에 마음이 더 아팠다.
이 책 전반에서 등장하는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관련된 사건들(메탄올 실명 사건, 신세계 이마트 사건, 삼성 내 노동조합 설립 사건 등)은 분명 과거의 언젠가 뉴스에서 접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사건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의 위해 애쓰는 변호사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저자가 노동 사건에 국한해서 동의하는 구체적 방법(노동 법원 신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노동조합 가입률 혁신적 제고)도 눈여겨보았다. 이 방법들이 입법화되어 향후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노동 사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된 대중으로서 향후 노동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대중의 동참이 필요하다면 꼭 힘에 보탬이 되고 싶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