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는 오픈 엑세스 출판물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에서 출판된 책으로, 저널의 공동 편집자인 이반 프란체스키니와 니콜라스 루베르가 책의 공저자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은 중국의 노동, 인권, 시민 사회를 비롯한 중국의 정치와 사회 전반을 연구한 성과를 담고 있으며 2016년 4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기존의 극단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로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집필되었다.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두 견해는 중국을 사회주의 낙원으로 여기는 관점과 중국을 자본주의 서구가 표방하는 가치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이 두 견해는 정치적 스펙트럼 양극단에 존재하면서 중국에 대한 통합적 이해의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공적 논쟁에 개입하여 논의의 방향을 바꾸고자 시도한다.
중국을 다른 세계와 분리된 '타자'로 간주하는
세 가지 프레임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는 그간 중국을 비우호적이고 모순되며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이 책의 <들어가기>에서 중국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가 ‘중국을 ‘실재’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로 상정하며’ 이루어진다고 언급한다. 중국에 대한 ‘타자화된’ 묘사는 중국의 안과 밖에서 중국을 경험하는 사람들 모두에 해당한다. 이 책은 중국을 타자화하는 주요 접근법(이 책에서는 ‘경쟁적인 프레임’이라고 표현한다)을 세 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각각의 프레임이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1) 본질주의적 접근법 : 보통 '예외주의'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이 책에서는 '본질주의'라고 명명한다. 이 관점은 중국의 '국민성' 논쟁을 연상시키는 추론 방식으로, 중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 체제의 전형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2) 산파술적 접근법 : 중국을 '변화'시킨다는 오래된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법의 핵심 가정은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더 많이 관여할수록, 중국이 국제 체제와 제도에 더 깊이 편입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산파술'적 접근법이라 명명한다.
(3) 그쪽이야말로주의적 접근법 : 중국에 대한 모든 비판을 위선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프레임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점이다. 중국의 인권 탄압이나 비민주성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잘못을 꺼내 논점을 흘려버리는 방식이다.
이 책은 위 세 가지 접근법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중국과 세계의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관계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역동적인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상호작용하고 그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뚝 떨어져 별개로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다. 중국은 자본주의 동역학에 따라 작동하는 세계 체제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펼치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을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서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적 접근법인 '글로벌 차이나'를 제안한다.
글로벌 차이나라는 개념은 중국과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중국의 국제적 관여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론적 틀을 말한다. 흔히 '중국적인 것'으로만 읽히는 문제들은 실제로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상호 연계의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바이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얽힌 관계들을 검토한다.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중국의 노동 체제의 문제
디지털 감시
신장 위구르에서의 대량 억류 문제
해외 투자 문제
학문의 자유 침식
위 다섯 가지 쟁점들을 통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중국이 어떻게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쟁점인 중국의 노동 문제를 잠시 언급해 보자. 그간 선진 세계에서는 중국의 노동 문제를 '사회적 덤핑', '바닥으로의 경주'를 부채질했다는 식으로 비난해왔다. 중국 노동 문제의 복잡성을 공정하게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조건이 침식되고 있는 국제적 맥락에 스스로 편입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경향을 지적하고 중국 스스로도 변화와 적응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노동계약법은 중국 내외부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했고, 노동 기준을 끌어내리고 있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적응했다는 것이 이 책이 내놓는 주장이다.
이 책은 중국을 왜곡 없이 해석하기 위한 비판적 중국 연구의 인식론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세계 속에 깊이 침투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중국의 툭수성과 세계와의 연관성을 깊이 살피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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