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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 언니네 미술관
  • 이진민
  • 16,650원 (10%920)
  • 2024-10-28
  • : 5,560
이 책의 지은이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이진민으로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에서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데 관심이 많다고 소개하는 저자는 『언니네 미술관』에 동료 여성들 세상의 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한다. 물론 남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된다. 이 책은 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

아홉 개의 단어
무한히 확장하는 이야기

저자는 함께 살펴 보고 싶은 아홉 개의 단어를 골라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근육, 마녀, 거울, 슬픔, 서투름,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 직선과 곡선, 앞과 뒤, 너와 나

각 단어에 담긴 글들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뻗어나간다. 저자는 아홉 개의 단어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결국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하나로 모인다고 말한다. 저자의 글들은 세상의 딸과 아들들에게 건네는 힘과 위로의 마음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감상하고 읽어온 예술작품, 책과 글, 대중문화 들과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 한편의 글은 하나의 예술 작품에서,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하여 이야기가 확장하고 뻗어나간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제일 첫 번째 단어 ‘근육’에 포함된 글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조각에서 시작한다. 근육질의 남성이 턱을 괴고 앉아있는 그 유명한 조작. 쫙쫙 갈라진 근육을 가진 남성을 형상화한 이 조각의 원제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인>이었다. 한편 생각하고 글 쓰는 사람에게 근육이 필요할까? 알고 보니 생각하는 사람의 대표주자였던 소크라테스는 석공 출신의 단단한 몸을 가졌고, 데카르트는 펜싱에 대한 논문을 쓸 만큼 펜싱 실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저자는 진정한 먹물은 허여멀건하고 부드러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벽돌책을 쓰는 힘은 엉덩이를 붙이고 장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에서 나왔을 것이라 추측한다.그리고 글은 방향을 틀어 여성들의 근육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한다. 저자는 본인의 학창 시절 체육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녀리고 부드러운 몸을 가지길 강요받는 여성들의 신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예술작품이 바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나는 솔직히 벌거벗은 여체를 그린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비너스의 배에 근육이 잡혀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그리고 비너스를 묘사하는 저자의 입담에 빵빵 터졌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권여선 작가의 산문집 『술꾼들의 모국어』 이후 가장 많이 웃었다). 비너스의 복근에 대해 고찰하던 이야기는 흘러 흘러 저자가 코로나19 때 시작한 운동과 근육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저자는 남성들의 관점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몸보단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단하게 기능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자 한다. 저자는 복근이 삶의 걸림돌을 만나 자빠져 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다는 것은 동사다.’(p43)이고 ‘우리 모두에게는 최선을 다해 동사로 살아갈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세상의 딸들과 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 하기에 기본적으로 따뜻하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 숨겨진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너무 뾰족하지 않게 예리하다. 저자는 재치와 유머를 담아 이야기하지만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의 사유는 깊고 단단하다. 앞으로 나올 저자의 책들도 기대가 된다. 저자는 여전히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있다고 하니 독자로서 더불어 행복하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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