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필로소픽 2024/11/1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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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샤를 페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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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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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샤를 페펭은 어제는 과거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는 가버리지 않고 우리의 현재에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장단점, 취향과 혐오, 꿈과 야망, 공포와 불안, 기쁨과 슬픔, 우리의 모든 반응과 세계관, 우리의 습관 모두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현재에는 과거가 생생히 살아 있다. 우리의 과거는 이제 작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그 존재감을 드리운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과거와 잘 지내는 방법을 들려준다. 현재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뜻대로 결코 따라주지 않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반드시 돌아보아야 한다.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기억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앙리 베르그송의 ‘기억’에 대한 철학과 그의 예리한 직관을 중심으로 기억과 의식,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르그송은 기억을 철학적 성찰의 중심에 둔 철학자이다. 베르그송의 통찰은 기억이 정체되어 있지 않고 역동적이며 살아 숨 쉬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베르그송은 과거가 기억 속에서 무한히 지속되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억력의 중심에 있는 이 적극적 힘은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생의 원리를 구성한다. 베르그송의 사유는 신경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일맥상통한다. 신경과학적 발견은 객관적 기억은 없고 모든 기억은 역동적 재구성이라는 베르그송의 직관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과거는 너무나 힘이 세지만 족쇄와 같진 않다. 과거의 기억은 꺼내질 때마다 조금씩 변화한다. 현재의 맥락과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형태로 소환된다. 신경과학은 우리의 뇌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결국에는’ 과거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재연할 수 있다. 저자는 베르그송의 통찰을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통해 구체화한다. 디디에 에리봉은 이 책에서 자신의 기억을 수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의 유산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자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 앙리 베르그송, 한나 아렌트 등의 철학자들의 사유, 디디에 에리봉, 마르셀 프루스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몽테뉴 등의 책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어느 축구 선수의 슈팅과 가수의 노래, 기억 재공고화 요법과 같은 심리 요법 등을 통해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존재하며 과거가 족쇄가 아니라 생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삶이 충만하지 못했던 것은 과거를 제대로 껴안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럭저럭 괜찮다고 이 정도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게 산다는 것은 늘 숙제같이 느껴졌다. 매 순간 여기에 있는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내게도 필요하구나. 이것이 이 책이 준 중요한 깨달음이다. 그리고 예전에 사서 읽었단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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