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읽는 즐거움
  • 그레첸을 멀리하라
  • 수잔네 아벨
  • 19,800원 (10%1,100)
  • 2024-09-20
  • : 77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감독으로 활동한 수잔네 아벨의 첫 장편소설로 2021년 출간된 이래 독일 아마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이라 한다. 독일 아마존에서는 가족소설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출간될 당시에도 여전히 독일 아마존 가족소설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 수잔네 아벨은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모든 가정에는 비밀이 있고 이 소설 『그레첸을 멀리하라-불가능한 사랑』은 이러한 가족의 비밀이 밝혀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썼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정통으로 겪은 그레타라는 여성과 그녀의 아들 톰이다. 소설은 독일의 잘나가는 뉴스 앵커인 톰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톰은 그의 84세 어머니 그레타가 치매 진단을 받게 되자 혼자 살고 있던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톰은 외아들이고 아버지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톰이 알지 못했던 그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톰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때때로 몇 개월간 깊은 슬픔과 우울에 빠져들어 자신을 방치했던 과거에 대해 정리되지 못한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그레타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린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어린 톰은 어머니의 우울과 슬픔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톰은 치매에 걸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어머니가 던지는 힌트들을 방송국 동료인 제인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추적해간다. 어머니 그레타의 과거를 점점 밝혀가면서 톰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불가능했던 사랑을 말이다. 이 책의 부제인 ‘불가능한 사랑’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이 할퀴고 간 야만적인 세상에서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레타의 사랑을 뜻한다.

​소설은 현재(톰의 시점_어머니 그레타의 과거를 밝혀내려는 사람)과 과거(그레타의 시점_제2차 세계대전을 겪어냈고 거기서 불가능한 사랑을 했던 사람)를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저자는 이 작품이 그의 첫 장편소설이라 하는데 절묘한 호흡으로 한 장의 이야기를 끝내고 새로운 장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한 이야기를 끝낼 때마다 나의 궁금증을 폭발시키고, 애간장을 녹이고, 마음을 간질이고, 가슴이 미어지고, 그 참혹함에 내장이 뒤틀리고, 내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의 상흔에서도 어떻게든 사람들의 강인함에 일종의 숭고함을 느낀다.

나는 그간 홀로코스트나 아우슈비츠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수용소 문학들을 비롯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에세이들을 조금씩 읽어왔다. 대표적으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에디트 에바 에거의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유대이었고 절멸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의 관점으로 쓰였다.

반면 이번 작품 『그레첸을 멀리하라』의 주인공은 독일 여성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그레타 쇤나이히는 1931년 7월 3일 생으로 동프로이센 아일라우에서 나고 자랐다. 여덟 살의 여아 아이로 되돌아간 그레타는 그 시대 보통 독일 사람이 그러했듯 그녀의 지도자 히틀러를 숭배했다. 어린 그레타는 어서 열 살이 소녀단원에 입단하기만을 기다렸던 아이다. 그러다가 그들의 총통이 전쟁을 선언하고 전쟁이 터지자 그레타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레타와 그녀의 가족들-외할아버니,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은 가혹한 역사에 내던져진다. 전쟁을 겪지 않은 나는 일체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현대인이자 특수한 맥락에서 나고 나란 나의 시점으로 감히 재단하지 않는다. 오로지 동료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을 듣고 또 듣고 울고 웃고 참담해할 뿐이다.

저자는 이 작품이 그의 첫 장편소설이라 하는데 절묘한 호흡으로 한 장의 이야기를 끝내고 새로운 장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한 이야기를 끝낼 때마다 나의 궁금증을 폭발시키고 애간장을 녹이고 마음을 미어지게 만든다. 젊은 그레타와 밥의 사랑의 시작은 내 마음을 간질인다. 그들의 불가능했던 사랑은 내 가슴이 미어지게 만든다. 전쟁의 참혹함과 독일 여성들이 겪었던 일들에 나의 내장이 뒤틀린다. 그럼에도 생존해 내고 이윽고 살아내는 그들의 강인함에 숭고함을 느낀다.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전쟁의 상흔을 읽으면서 온갖 상념과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위대한 사랑에 먹먹함을 느낀다. 어떻게든 살아냈던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조용히 ​안아주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