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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 문학 예찬
  •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 16,200원 (10%900)
  • 2024-09-25
  • : 1,645
『문학 예찬』은 지그문트 바우만과 리카르도 마체오가 편지로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책의 부제는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이다. 21세기 사회학 거인 바우만과 소설가 마체오는 ‘악명 높은 논쟁거리, 즉 문학(그리고 예술 전반)과 사회학(과학적 지위를 주장하는 인문학의 한 분야)의 관계’(p9)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유동성’의 사상가 바우만은 문학과 사회학은 적대 관계는커녕 경쟁 관계에도 있지 않으며 이 둘은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우만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소설가와 사회학자는 우리 세계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탐구하고 상이한 유형의 ‘데이터’를 찾고 생산해 내지만, 그 생산물에는 같은 원천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는 명백한 흔적이 담겨 있다’(p17-18)고 말한다. 바우만은 문학과 사회학은 서로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협력할 경우에만 인간 조건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마지막 저서로 리카르도 마체오와 주고받은 총 24통의 편지가 실려 있다. 우리 시대에 한 획을 그은 세계적인 사상가 바우만은 이 책에서 문학과 사회학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간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우먼이 서문에서 설명한 문학과 사회학의 관계는 이 책의 첫 번째 대화 <1. 두 자매>로 이어진다. 마체오는 '오늘날 우리는 현란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유혹적이지만 사실은 공허하고 생명 없는 말들을 배가 터질 정도로 강제로 폭식당하고 있다'(22페이지)라고 말한다.

이미 분신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으로 24시간 동안 온갖 말들에 침식당하고 있지만 어째선지 나는 나의 삶을 온당하기는커녕 적당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말 잘하는 사람들이 온갖 매체에서 온갖 분야의 유용한 말들을 해대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공허하다. 나는 이러한 말들에서는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

지그문트 바우만, 리처드 로티, 마사 누스바움, 휴 드레이퍼스 등 많은 이들은 우리의 대화를 내가 읽어보지 못한 문학을 지팡이 삼아 시작했다. 나는 뭉툭한 나의 사고로는 결코 파악하기 힘든 이 세상을 그들의 언어를 거쳐 조금이라도 빨리 이해하고 싶다. 그런데 왜 읽지 않는 문학 작품 때문에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일까? 나는 나의 읽기에 먼가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음을 느꼈다. 한참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소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온갖 사상가들이 논했던 담론들이 소설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상가들이 말했던 사회적 조건과 시공간의 우연성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주인공들을 통해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상가들의 언어는 인식적 이해를 넘어선 체험이 되어갔다.

“ 문학과 사회학은 정말로 '자매'입니다. 더 나아가 문학과 사회학은 그냥 자매가 아니라 샴쌍둥이 자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양분의 공급 기관과 소화 기관을 공유하고 있어 외과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쌍둥이 말입니다.
자매로서 문학과 사회학은 서로 경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샴쌍둥이 자매로서 문학과 사회학은 운명적으로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같은 일을 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__지그문트 바우만

두 사람의 대화에는 바우만의 주요 저서들과 사상을 비롯하여 세상의 진실을 가리는 베일을 찢어내고자 시도한 사상가들과 이 베일을 그려냈던 문학작품들이 계속하여 등장한다. 이 책은 300그램이 채 안 되는 B6 크기의 작은 크기지만 책의 밀도는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높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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